KDB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자 여러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 1분기 자본총계가 4조1979억원으로 1위 NH투자증권(4조3213억원)에 이어 업계 2위를 달리는 초대형 증권사다. 덩치가 큰 만큼 매각가도 만만찮다. 하지만 사실상 마지막 남은 대형증권사 매물이어서 인수후보업체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산은, 대우증권 매각 ‘시동’


산업은행은 지난달 24일 대우증권과 KDB자산운용, KDB캐피탈 등 3개 금융자회사의 매각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앞으로 자문사를 선정하고 실사와 시장조사를 거쳐 오는 10월 초 주식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매각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매물인 만큼 매각가가 높아서다. 산업은행이 손에 쥔 대우증권 지분은 총 43%(1억4048만1383주)에 달한다. 지난달 27일 현재 대우증권 주가는 1만2650원이다. 단순계산으로도 1조7770억원이 있어야 대우증권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프리미엄을 30%로 가정하면 2조3102억원이다. 또 인수후보업체 간 경쟁이 가열되면 매각가가 2조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매각을 서두르기 위해 대우증권과 KDB자산운용을 묶어 팔 것으로 예상했다. KDB자산운용의 장부가는 637억원이다. 원래 대우증권의 자회사였던 만큼 패키지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매각방식이다. 하지만 큰 덩치가 부담스러웠던지 산업은행은 두 자회사를 패키지 또는 개별 매각하는 병행 추진방안으로 입장을 바꿨다.


다만 또 다른 자회사인 KDB캐피탈은 별도로 분리해서 매각할 계획이다. 장부가 5973억원인 KDB캐피탈까지 묶으면 덩치가 너무 커져 매각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우증권 본사. /사진제공=대우증권
대우증권 본사. /사진제공=대우증권

◆대우증권 인수 ‘3파전’
이번 대우증권 매각 건은 15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니 만큼 세간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덩치가 큰 만큼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뜨겁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MG새마을금고, 미래에셋금융그룹 등이 후보로 떠올랐다. 중국자본인 시틱(CITIC)그룹도 사실상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 인수후보 중에서는 KB금융지주가 가장 눈에 띈다. KB금융지주로서는 균형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대우증권이 안성맞춤이다.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가져가면 은행과 비은행 비중이 현재 8대 2에서 6대 4 수준으로 맞춰진다. 특히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NH농협금융지주에 밀린 만큼 KB금융지주는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다만 대우증권 몸값이 우리투자증권 매각가의 2배 가까이 뛴 점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현재 KB금융지주의 조달 가능 자본력을 보면 이 역시 큰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의 이중 레버리지비율과 부채비율을 고려할 때 조달 가능 자본력은 3조5000억~4조원으로 추산된다. 또 지난 6월 LIG손해보험의 지분 30%를 최종 인수한 후에도 조달 가능 자본력은 2조8000억~3조4000억원으로 짐작된다.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대우증권 인수전에 나섰다. 이미 증권사를 갖고 있지만 대우증권까지 손에 넣을 경우 초대형 증권사로 키울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등에 업고 은행권에 버금가는 제4의 금융지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중국 최대증권사를 운영하는 시틱그룹도 대우증권 인수에 흥미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틱그룹은 중국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을 보유한 금융그룹이다. 막강한 현금력을 바탕으로 통 큰 베팅을 할 여지가 있다. 산업은행이 외국계 투자자라도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면 큰 차이를 두지 않겠다고 한 만큼 시틱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외에 신한금융지주, MG새마을금고, 미래에셋금융그룹 등도 대우증권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앞서 3개 업체와 비교하면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가하락에 매각 우려

이처럼 대우증권에 관심을 갖는 업체가 많은 만큼 산업은행은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대우증권의 주가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몸값이 너무 오르거나 반대로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따른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주가 흐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행여 주가하락으로 장부가가 낮아지더라도 경쟁력이 높은 회사인 만큼 헐값에 팔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헐값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또 “매각작업 도중 대우증권에 중대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예상했던 금액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매각이 완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우증권 주가는 지난달 17일 1만3000원에서 21일 1만1700원으로 하락했다가 27일 1만2650원으로 오르는 등 롤러코스터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 주가는 52주 최고가(1만8550원)를 찍은 지난 4월23일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넉달 새 32.89%나 급락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우증권 매각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각원칙 중 하나인 ‘가치 극대화’를 따지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대우증권이 팔릴 경우 헐값 매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산업은행이 매각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우증권의 이 같은 주가하락은 외부적인 요인이 절대적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예상과 중국 경기둔화, 북한의 도발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증시가 약세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우증권도 국내증시의 약세 안에서 주가하락을 겪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