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가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들이 호텔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 한편에선 “눈을 뜨면 새로운 호텔이 생기더라”는 말까지 들린다. 호텔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하지만 이런 말이 무색할 만큼 서울 중심가엔 여전히 새 호텔이 오픈하거나 오픈을 준비 중이다. <머니위크>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호텔업 등록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 영업 중인 특급1~3급 호텔 및 호스텔 등은 7월 말 기준 265개소(객실수 3만7764개)다. 그런데 7월 말 기준 서울시에 호텔업 사업등록을 신청한 곳은 무려 158개소(객실수 2만3510개)에 이른다. 호텔업 사업등록 신청 건수는 최근 2년 간 100개가 넘는다. 지난해 54개, 올 들어 7월 말까지 41개다.
물론 호텔업 사업계획을 신청한다고 해서 서울시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최근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호텔설립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여서 호텔건립의 기본적 조건만 갖추면 승인을 얻은 호텔사업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 들어 호텔 승인방법을 묻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호텔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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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라호텔, 제주신라호텔, 울산신라스테이. /사진=뉴시스 DB |
◆‘3강’, 비즈니스호텔 경쟁 후끈
호텔업의 경쟁은 피부로도 확인된다. 특히 호텔신라와 롯데호텔,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 ‘빅3’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현재 사업확장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호텔신라다. 지난 1일 호텔신라는 공덕역 인근에 비즈니스호텔격인 ‘신라스테이’ 마포점을 오픈했다. 이곳은 여의도 IFC몰, KBS, 국회의사당 등이 있는 여의도와 홍대, 신촌 연세로, 이태원, 광화문까지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다. 또 지하철 5호선 공덕역을 이용하면 김포국제공항까지 곧바로 이동이 가능해 외국인관광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
지난 5월 ‘신라스테이 서대문’을 오픈한 호텔신라는 내년 초엔 광화문에도 신라스테이를 오픈할 계획이다. 강북권에만 3곳의 신라스테이를 운영하는 셈. 현재 신라스테이는 기존 경기도 동탄점과 서울 역삼점, 제주점을 포함해 5곳에 포진해 있다.
롯데호텔은 호텔신라보다 한발 앞서 호텔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 호텔은 지난 2009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롯데시티호텔 마포’를 오픈했다. 이어 2001년엔 김포공항점을, 지난해엔 제주와 대전 유성구, 서울 구로구에 시티호텔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최근엔 명동지역 공략에도 나섰다. 올 연말 ‘롯데씨티호텔 명동’과 ‘L7 명동’을 잇따라 개장한다. 롯데호텔은 올해 말까지 이 같은 비즈니스호텔을 8개로 늘릴 계획이다.
조선호텔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이 호텔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트윈시티타워에 ‘포포인츠’의 브랜드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포포인츠 남산)을 지난 5월1일 오픈했다. 조선호텔이 신규호텔을 오픈한 것은 신세계가 지난 1995년 웨스틴조선호텔을 인수한 이래 20년 만에 처음이며 1914년 웨스틴조선호텔 오픈 이래로는 두번째다. 조선호텔은 오는 2017년 말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 메사빌딩 인근에도 호텔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여행업계도 호텔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모두투어와 하나투어가 대표적이다. 모두투어 네트워크는 서울 중구 충무로와 수표로 지역에 3성급 호텔인 '스타즈호텔 명동' 1, 2호점을 운영중이다. 모두투어는 올해 3호점 오픈도 추진중이다. 하나투어는 2013년 명동에 '티마크호텔 명동'을 오픈했다. 또 2012년엔 신영자산개발과 손잡고 종로구 인사동 인근에 '센터마크' 호텔을 건립, 운영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호텔이 대부분 비즈니스호텔이란 점이다. 사실 아직까지 비즈니스호텔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호텔업계에서 자연스레 생긴 신조어다. 다만 특급호텔보다 규모가 작고 ‘레스토랑’과 ‘바’ 정도를 갖춘 중견호텔로 인식된다. 필요한 만큼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가격이 저렴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관광객에게도 인기다. 인지도가 높아지고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이젠 그 정의가 점차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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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티호텔마포. /사진=뉴시스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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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라마다 호텔. /사진=뉴시스 DB |
◆공급과잉 지양, 중소호텔 보호 필요
이처럼 서울시내에 호텔이 급증한 이유는 외국인관광객이 늘면서 호텔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은 2013년 12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관광숙박시설은 고작 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렇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ㅁ
또 다른 이유는 정부와 지자체가 관광숙박시설 확충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최근엔 신축호텔에 대해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호텔 승인기준도 기존보다 덜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달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과 논현동 다이내스티호텔의 신축에 따른 용적률 완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은 호텔분야를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꼽고 진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지나친 호텔규제완화와 우후죽순 생겨나는 호텔로 머잖아 과잉공급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즈니스호텔이 대기업의 놀이터가 되면서 중소호텔은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고 결국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대기업이 중소호텔을 잠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서울 명동의 호텔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비즈니스호텔을 신성장사업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중소호텔들은 대기업에 밥그릇을 빼앗기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앞으로 중소호텔의 경영난은 더욱 가중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국인관광객 활성화를 위해 관광호텔을 확충하는 것도 좋지만 중소호텔을 보호하고 과잉공급으로 이어지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