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다 된다 안심이 된다. 된다 된다 KB가족이 된다.”

지난 6월24일 손해보험업계 4위 규모의 LIG손해보험이 KB금융그룹에 정식으로 편입됐다. 사명도 KB손해보험으로 바뀌었다. KB손해보험의 첫닻을 올린 이는 김병헌 사장이다.

김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업계 1위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60여일간을 쉬지 않고 달렸다. 위로는 시어머니(KB금융그룹)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임직원)을 어르고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다행히 첫출발은 순조롭다. 안팎으로 ‘김병헌호’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다. 아직 KB금융지주 편입 초기인 만큼 경영실적 측면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KB금융지주 계열사의 지원이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장밋빛 전망이 잇따른다. KB손보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승자의 주머니에 결단이

“외적인 몸집을 부풀리기보다는 내적으로 성장하겠다.” 김병헌 사장은 지난달 31일 광화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사장의 승부수는 내적 성장이다. 조직의 안정화와 KB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초기부터 무리한 행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 사장은 “KB금융에 편입되기 전에 비하면 편입 이후에는 힘든 점이 거의 없다”며 “그전에는 조직 전체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KB금융인으로서의 프라이드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조직안정성을 위해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KB금융지주와의 시너지를 통해 업계 2위로 도약하는 데 힘쓰겠다”며 “내실을 중심으로 브랜드력, 기업가치, 수익률을 추구한 노력들이 4분기에는 성과로 보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KB손해보험
/사진제공=KB손해보험

김 사장은 KB금융과의 시너지가 가능한 분야로 방카슈랑스를 꼽았다. 그는 “KB손보는 지난 2013년부터 방카 보장성보험시장을 주도해왔다”며 “방카부문 영업에서도 외형 위주에서 벗어나 고객중심의 상품 및 영업전략을 전개해 장기적 수익모델의 판매채널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손보는 1000여개의 KB국민은행 점포를 통해 방카슈랑스상품을 판매한다. 현재 KB손보는 저축성상품(상해저축·화재저축)과 보장성상품(간병·소득보장) 4개를 방카슈랑스로 판매한다. 이달 중 암보장보험도 추가할 예정이다. 내실 강화를 위해 보장성보험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장기보험 신규 월납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12억3000만원)였다. 김 사장은 “손보업계의 보장성 비율이 3.1%인 데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라며 “올해 이 비율을 24% 내외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장성보험 비율을 높여 1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복합점포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시범운영을 통해 앞으로 복합점포 전면확대에 대비할 것”이라며 “그룹차원에서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현재 금융지주회사별로 3개까지 허용된 복합점포를 각각 다른 형태의 운영모델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카슈랑스와 복합점포 등을 통해 ‘KB’ 브랜드파워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주요 손보사 중 유일한 금융지주계열사인 KB손보가 업계 2위권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점유율 2위권인 현대해상(점유율 16.1%)과 동부화재(15.3%)를 충분히 가시권 내에 둘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직원 기 살리기 “사람 버리지 않겠다”

따라서 김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우선 손보업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자동차보험 만성적자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김 사장은 이 과제를 일괄적인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보험료 차등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요율산출 등을 통해 자구노력으로 풀 방침이다. 사고를 많이 낸 가입자 순으로 자보료를 차등화하겠다는 것.

그는 “손해율 개선을 위해 가격 인상에 앞서 사업비 효율화, 고위험 물건에 대한 인수강화를 통한 체질개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다만 자구적인 노력에도 손해율이 악화된다면 앞으로 추가 개선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지붕 두가족’이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통상 기업의 대주주가 바뀌면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

그러나 김 사장은 구조조정보다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한다. KB손보가 KB그룹 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의 기 살리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업계 2위 도약을 위해서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혁신에 오히려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며 올 하반기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인력을 줄이기보다는 진행 중인 ‘제몫하기 캠페인’을 통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올 하반기 김 사장은 KB손보 직원을 KB금융그룹의 어엿한 식구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 프로필
▲1957년 5월5일 대구 출생 ▲1976년 경북고등학교 졸업 ▲1980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1982년 서울대학교 경영학 석사 ▲2002년 조지아주립대 보험 및 위험관리 석사 ▲1996년 LG화재 경영지원담당 이사대우 ▲1998년 강북본부장 이사 ▲2002년 경영기획담당 상무(CIO) ▲2004년 경영지원총괄 전무 ▲2006년 LIG손해보험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2010년 법인영업총괄 부사장 ▲2012년 영업총괄 사장 ▲2013년 전사총괄 사장 ▲2013년 LIG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2015년 KB손해보험 초대 대표이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