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뛰드 하우스/사진=머니투데이DB
에뛰드 하우스/사진=머니투데이DB
#. 온통 핑크색으로 가득한 공주의 집. 한때 색조 전문브랜드로 사랑받았던 에뛰드하우스의 매장 콘셉트다. 인형의 집을 연상케 하는 핑크빛 인테리어와 공주풍으로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는 18~25세의 젊은 여성 고객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숍에 들어가는 순간 공주가 된 고객들. 매출이 오르는 건 당연했다.
#. 더 이상 고객들은 과한 ‘핑크’에 열광하지 않았다. 공주 마케팅은 식상해졌고 아기자기한 소품은 유치해졌다. 핑크 왕국을 찾는 여성 고객들의 발길은 점점 줄어들었다. 주요 상권마다 자리한 숍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고 매출은 날이 갈수록 뚝뚝 떨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브랜드로 꼽히던 ‘에뛰드’는 어느새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색조 브랜드숍, 에뛰드하우스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사상 최대 실적을 연거푸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역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매출↓ 계약해지↑… 아모레의 미운오리로

아모레퍼시픽그룹에 따르면 에뛰드의 올 3분기 매출은 56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0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 했다. 2분기 에뛰드의 영업적자액은 1억원이었다.

에뛰드의 매출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아모레퍼시픽의 주력 브랜드였다. 2010년 매출은 155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3년 33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3060억원으로 9% 감소했다.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3년 에뛰드 가맹점 신규개점 수는 57개에서 85개로 대폭 늘었으나 지난해엔 33개에 그쳤다. 반면 계약해지 건수는 2012년 7건, 2013년 9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크게 늘었다. 업계는 이대로라면 올해는 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판매 상황도 좋지 않다. 패션 전문 쇼핑몰 아이스타일24에 따르면, 최근 ‘에뛰드 하우스’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실제 에뛰드 제품 판매량은 지난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이상 감소했으며, 3/4분기 판매량 역시 직전 분기에 비해 약 30% 이상 줄었다.

이 같은 에뛰드의 부진은 시그니처 아이템의 부재와, 색조 위주의 공주 마케팅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 2005년 출시한 콜라겐 크림 이후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했고, 쉽게 질릴 수 있는 공주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면서 다른 생존 대안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에뛰드 하면 딱 떠오르는 시그니처 상품이 없는 게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대부분이 아모레에서 내놓은 히트 상품을 따라 만든 미투 제품으로 구성돼 있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데다, 소녀 감성의 핑크와 상반되는 은근히 비싼 가격대 역시 고객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색조시장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식상해진 핑크, 공주 마케팅을 고집할 소비자가 있을지 반문하고 싶다”며 “트렌드에 발맞춘 새로운 변화가 없다면 에뛰드는 지금처럼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미운오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