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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희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장. /사진=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공 |
지난 25일 수입자동차협회(KAIDA)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대성 KAIDA 전무가 지나온 수입차 시장을 회고하며 한 말이다. 지난 1987년 7월 국내에 처음 개방된 수입차시장은 벌써 3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연간 판매 10대에서 20만대 넘기까지
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수입차는 19만6359대.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19만6543대를 넘어섰다. KAIDA 측은 12월까지 더하면 올해 우리나라에 등록된 수입차는 2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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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
이는 수입차 업계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에겐 ‘격세지감’으로 다가올법 하다. 최초로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지난 1987년 판매량은 고작 10대에 불과했다.
KAIDA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처음 개방한 시점부터 현재까지를 ▲초기 개척기 ▲IMF와 찾아온 시련기 ▲시장회복기 ▲글로벌 금융위기 후 재도약기라는 4가지 시점으로 구분했다.
먼저 초기개척기, 즉 시장 개방시점부터 1996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수입차는 정부의 과소비 억제정책과 통상마찰 여건속에 간신히 1만대에 도달했다. BMW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현지 법인이 국내 진출을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1995년 1월에는 KAIDA의 설립을 인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IMF 경제위기와 함께 수입차 시장에도 최대의 시련기가 찾아온다. 1만대까지 치솟았던 수입차 판매량은 1997년 말 IMF 발발로 8136대로 떨어졌고 다음해에는 2075대까지 떨어졌다. 수입차 구매 및 소유자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증대됐고 사회적 불이익이 만연했다. 윤 전무가 주유소에서 곤혹을 치른 시기도 이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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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전무. /사진=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공 |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수입차 시장은 IMF 당시의 시련을 딛고 판매 급증을 이뤄냈다. 판매증가율이 100%를 넘어설 정도였다. 2001년까지 국내승용차시장에서 1% 점유율을 밑돌던 수입차는 2002년 1만6119 대로 1.3%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최초로 1%를 넘어섰고 이후 2005년 3만대, 2006년 4만대, 2007년 5만대 2008년 6만대 판매를 각각 돌파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폭스바겐이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푸조, 혼다, 페라리 등 다양한 수입차가 국내에 진출을 시작했다.
거침없는 성장을 구가하던 수입차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차례 주춤하지만 점차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히 잡는다. 특히 2011년 한-EU FTA, 2012년 한미 FTA가 연속으로 발효되며 수입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2012년에는 13만대를 돌파하는 극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시장 점유율도 10%를 넘어섰다.
하지만 다시 현재 수입차 시장은 다시 위기에 놓였다. 폭스바겐 게이트 등으로 수입차 업계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카쉐어링 등의 등장으로 급격한 시장변화가 예측된다. 특히 구글과 애플, 테슬라 등 기존의 자동차 업계를 위협하는 존재들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희 KAIDA 회장은 “이제는 시장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도모할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양적성장에 급급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내년도 판매 예상치도 보수적인 관점에서 8.5% 증가한 25만대 정도를 예상했다.
◆변화한 트렌드, 독일산 디젤차의 미래는
KAIDA는 이와함께 지난 2003년부터 올 10월까지 판매된 수입차 시장 현황을 배기량, 연료별, 국가별, 차종별로 정리해 분석했다.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해온 수입차 업계의 이야기이기에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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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국수입자동차 협회 |
자료에 따르면, 2003년의 경우 배기량 2000~3000cc가 42.9%로 절대 다수를 자치했다. 그러나 올해는 10월까지 2000cc 이하가 55.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000cc 이상의 차급은 2003년에는 38.4%에 달했지만 올해 10월까지 누계에서는 채 10%에 못미친다.
기술 발전으로 엔진의 배기량이 줄어들고, 개인구매 소비자가 늘어났으며 30대의 젊은 소비자가 주 고객층으로 자리잡은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차종별로는 RV의 점유율이 17%에서 26%로 증가했다.
국가별, 연료별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별로는 독일브랜드가, 연료별로는 디젤엔진이 그 세를 급격히 늘렸다. 특히 2010년도부터 디젤차와 독일브랜드의 인기가 동반 상승하며 ‘독일산 디젤 자동차’의 인기가 어마어마했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 발발 후 디젤의 판매증가세는 한풀 꺾였고 독일산 브랜드도 견고하던 이미지에 악영향을 입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KAIDA 부회장을 맡고있는 드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는 폭스바겐 그룹에서 발발한 디젤게이트 사태로 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업계의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자동차 회사 모든 CEO들이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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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희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회장(가운데), 드미트리 실라키스 부회장(오른쪽), 윤대성 전무(왼쪽). /사진=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공 |
하지만 디젤의 미래를 속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해 디젤엔진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것은 인정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디젤엔진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디젤엔진에 대한 표준 규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지 디젤기술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기술이나 업체를 배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라키스 대표는 근 2년간 한국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구사해 왔지만 최근 성장폭이 둔화된 SUV 시장에 대해서도 밝은 전망을 내놨다.
그는 “SUV는 전 세계적으로 수년간 빠르게 성장한 세그먼트이며 한국시장에서의 성장률은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낮은 편에 속했다”며 “SUV를 좋아하는 세대가 역동성을 가진 세대라고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