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청약마감 속출… 시세 거품 우려 경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쏠렸던 서울 부동산시장 열기가 최근 강북으로 넘어갔다. 몇년 전부터 재개발 연한을 넘긴 강남아파트들이 속속 개발되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가 제동을 걸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강북으로 차츰 시선이 모인 것. 일각에서는 시세 거품 조장의 우려가 있다며 경계하지만 교통여건이 좋아 도심 접근성에서 밀리지 않다 보니 최근에는 1순위 청약 마감 단지가 속출하는 등 재평가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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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여 지난 8월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분양보증이 거부됐던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건설현장. /사진=김창성 기자 |
◆1순위 청약마감 속출되며 재평가
최근 강북 재개발 분양 아파트는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난다. 여기에 전세가는 분양가 수준으로 올라 덩달아 매매가 상승을 부추긴다.
지난 9월 청약을 받은 장위뉴타운 1구역 재개발아파트 ‘래미안 장위1’은 403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8510명이 접수,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났다. 당초 래미안브랜드의 높은 신뢰도에도 장위동이라는 지역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다.
지난 8월 말 분양한 ‘북한산 두산위브(홍은제14구역)’ 역시 평균 5.61대1의 경쟁률로 모든 주택형이 순위 내 청약을 마쳤고 지난 6월에 분양한 ‘답십리파크자이(답십리14구역)’도 평균 19.74대1의 높은 경쟁률 속에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최근 강북권 재개발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 업계는 도심 접근성은 물론 경쟁력 있는 분양가가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마포·은평·서대문·동대문·성동 등은 시청·종로·광화문·신촌·여의도·강남 등 주요 중심지로의 접근이 수월하다.
여기에 올해 3.3㎡당 평균 분양가가 ▲마포구 2233만원 ▲은평구 1579만원 ▲성북구 1565만원 ▲동대문구 1789만원 등으로 서울 한강이남(3.3㎡당 평균 2701만원) 보다 낮다.
특히 서초구와 강남구 등은 각각 4373만원과 3915만원으로 40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보니 강북 새 아파트에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시세 뛰며 술렁이는 강북
강북 곳곳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재개발사업도 아파트값을 술렁이게 한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녹번동은 녹번1-3구역 재개발을 시작으로 3개 구역에서 동시에 아파트가 공급되며 녹번역 일대가 대규모 주거지역으로 변모 중이다.
이미 입주한 아파트 전세가는 분양가를 추월했다. 지난해 7월 입주한 ‘북한산 푸르지오(녹번1-3구역 재개발)’ 전용 59㎡의 경우 지난 7월 4억9500만원에 거래됐고 최근에는 분양가(2013년 분양, 분양가 3억7000만원)보다 1억2500만원가량 값이 올랐다.
전농7구역 재개발아파트인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도 2011년 분양 당시 미분양이 적잖게 남았지만 지난 9월 기준 전용 84㎡ 거래가는 분양가(4억7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이상 오른 6억~6억2000만원 선이다. 현재 전세가는 4억5000만원(8월 기준)으로 분양가와 차이가 크지 않다.
최근 재건축지역 집값이 규제에 나선 정부 행보로 33주 만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일반아파트가 많은 강북 일대는 전체적으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뛰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10월 마지막 주 기준 자치구별 전주대비 매매가 상승률이 뛴 상위 지역은 ▲강북 0.48% ▲노원 0.32% ▲은평 0.31% ▲구로 0.28% ▲도봉 0.27% ▲강동 0.21% ▲동작 0.21% 순으로 강북 지역이 4곳 포함됐다. 각각 ‘0.02%’·‘0.03%’가 하락한 강남·송파와는 대조적이다.
전세가 역시 송파(-0.09%), 서초(-0.05%)는 떨어진 반면 강북(0.52%) 중구(0.40%) 은평(0.32%) 구로(0.24%) 서대문(0.24%) 노원(0.20%) 등 전체적으로 강북지역 오름세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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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래미안 장위1’. /사진=삼성물산 |
◆강남발 풍선효과에 시세 조장 우려
1970년대 강남구 압구정동 한강변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며 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강남 일대 부동산시장은 언제나 상한가였고 교통과 학군 역시 강남 위주로 재편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던 중 최근 강남구 개포동에 짓는 현대건설의 첫 프리미엄브랜드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3.3㎡당 평균 4310만원의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여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분양보증이 거부되는 사태까지 일어나 규제 카드를 만지작대던 정부 정책에 힘이 실렸다.
이에 규제 직격탄을 맞은 강남 일대 분위기는 가라앉은 반면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면서 서울 중심지로 접근성이 용이하고 각종 생활인프라가 잘 갖춰진 강북 일대 집값과 기대 심리는 꿈틀댔다. 규제 여파에 움츠러든 강남 부동산을 등지고 강북으로 갈아타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
강남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강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의 진단은 비슷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풍선효과가 나타나 강북에 시세상승 기대감이 번진 건 사실이지만 강북 자체가 예전과 달리 교통이나 생활여건이 개선돼 자생력이 커진 부분도 있다”며 “다만 정부 규제에 따라 상황이 급변해 가격이 크게 떨어질 우려도 존재하는 만큼 자기 자본을 넘어선 무리한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일반적으로 풍선효과는 지속 시기가 짧고 일시적인 현상이라 장기적으로 강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강북은 교통이나 각종 생활여건이 계속 개선되는 만큼 투자 목적이 아닌 거주 목적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