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가운데)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가운데)이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의결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구속됐다. 박영수 특검팀의 첫 성과로 지목되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삼성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탄다는 기대감이 나타난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2시11분쯤 문 이사장에 대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을 발부한 이유를 밝혔다.

특검팀은 29일 문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1일 특검팀이 공식 수사개시를 선언한 이후 핵심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27일 오전 9시30분쯤 문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뒤 피의자로 입건하고 28일 오전 1시45분쯤 문 이사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문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미심쩍은 찬성 의결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옛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소속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합병반대 권고도 무시했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을 42.2%, 삼성물산 지분을 1.4% 갖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 일가는 이 흡수합병 계약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유리한 구도를 점하게 됐다. 문 이사장은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구속기소),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58)의 지시를 받고 국민연금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특검팀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문 이사장은 장관 시절 본인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지시한 사실을 결국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회 청문회에서 '합병 찬성의결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한 부분에 대한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핵심인물인 문 이사장이 구속되면서 홍 전 본부장과 문 이사장을 거쳐 김 전 비서관, 안 전 수석 등으로 이어지는 '삼성 특혜의혹'의 연결고리를 파헤치기 위한 특검팀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