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이 줄고 있다. 최근 증권가는 초대형 IB시대 개막을 앞두고 자기자본을 늘리는 등 몸집불리기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정작 증권사에서 일하는 인력은 수익극대화와 효율성 제고라는 미명 아래 짐을 싸는 현실이다. 과연 누굴 위한 증권사 대형화인지 궁금해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임직원수는 3만5699명으로 전년 동기 3만6161명 대비 462명이 줄었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221명이 증권가를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직원수는 2011년 4만4055명을 기록한 이후 5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증권사 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인수합병에 나선 증권사의 인력 감축이 눈에 띄게 늘었다. 두개의 증권사가 하나로 통합하면서 겹치는 업무분야의 직원이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다.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으로 태어난 KB증권의 경우 통합 전 임직원은 각각 596명, 2300명으로 총 2896명이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합병 전 각사별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통합 후 임직원수는 2733명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으로만 163명의 직원이 퇴사를 결정한 것이다.
2014년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NH투자증권도 지난해 말 기준 임직원수 2913명을 기록하며 합병 전에 비해 360명가량의 인원이 감축됐다. NH투자증권은 합병 후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2년간 신규채용도 진행하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통합된 미래에셋대우는 총 인원 4818명으로 합병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합병 관련 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다만 미래에셋대우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신규채용 규모를 소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대형사들의 인력이 이탈하는 동안 회사의 몸집은 몇배로 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6조7000억원의 독보적 규모를 자랑하는 증권사로 도약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도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며 올해 시행될 ‘초대형 IB’에 걸맞은 증권사로 거듭났다.
증권사들이 인력을 줄이는 이유는 한마디로 수익 저하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 저하의 주원인은 증시거래대금 감소와 수수료 경쟁으로 인한 매출 감소다. 다시 말해 2000년대부터 증권사가 추진했던 IB업무로의 수익 다각화 실패를 임직원들이 떠안은 격이다.
증권사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당장의 순이익 창출을 위해 인력을 줄이는 것은 증권사의 엔진을 꺼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합병 후 ‘1+1=2’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인력 이탈도 한몫할 것이다. 증권사 외형 불리기는 증권 인력 증가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초대형 IB 고속도로에서는 튼튼한 엔진을 보유한 증권사가 가장 멀리 달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자수첩] 초대형 IB 엔진은 '인재'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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