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유통공룡 ‘아마존’, 제2월마트 될까
1994년 온라인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닷컴. 그로부터 20여년 후 아마존닷컴은 전세계 유통·제조·물류를 아우르는 초대형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마존 정글의 아나콘다가 먹잇감을 사냥하듯 아마존은 전세계 산업분야를 거침없이 집어삼키고 있다. 우리나라 유통기업들도 아마존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전세계를 뒤흔드는 아마존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유통시장 재편… 몸집 커질수록 날렵해져

70여년간 ‘장난감 왕국’으로 군림했던 토이저러스의 몰락 배경에는 아마존이 있다. 17년 전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에 온라인 판매를 맡겼다. 토이저러스 완구가 아마존에서 잘 팔리자 기대 이상의 성과에 놀란 아마존은 다른 완구업체와도 계약을 맺고 여러 브랜드의 장난감을 판매했다. 

이에 토이저러스는 아마존과 갈등을 빚으며 계약을 파기했다. 2006년 자사 온라인쇼핑 사이트를 열었지만 아마존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마존과 모바일게임 등에 밀려 매출이 5년 연속 감소한 토이저러스는 결국 파산했다. 2000년대 초반 아마존에 의존하며 혁신 및 대응 시기를 한발 놓친 결과였다.

아마존의 유통혁명에 전세계 대표적인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미국 의류업체 리미티드, 웨트실, 이스턴아웃피터스, BCBG 맥스아즈리아그룹, 배니티, 페이리스 슈소스, 뤼21, 에어로솔, 짐보리 등과 전자제품 유통체인 라디오섁(Radio Shake) 등이 파산한 데 이어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Macys)와 시어스(Sears)는 수백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토이저러스와 함께 장난감분야의 양대산맥인 덴마크 조립식 완구업체 레고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레고는 10년 만에 최악의 매출부진을 겪고 있다.

반면 아마존의 기업가치(시가총액)는 올 상반기 5000억달러(약 570조원)를 돌파하며 최근 10년간 20배 넘게 성장했다. 이는 한때 미국 유통의 대표주자로 이름을 날렸던 월마트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기업이 덩치를 키우면 몸이 둔해지기 마련이지만 아마존은 오히려 몸집이 커질수록 날렵해지는 모습이다. 기존 사업의 기반이 탄탄한데다 새롭게 진출한 사업들도 원활하게 성장하면서 아마존의 힘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전세계 아마존 이용자는 3억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아마존은 이들의 소비패턴과 관련된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유통 노하우, 온라인 배송 네트워크 등을 강화하며 산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아마존의 움직임에 국내 유통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한국 들어오면… “영향 미미” vs “독점 우려”

아마존은 2012년 ‘아마존코리아’ 설립을 시작으로 국내에 상륙했다.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시장을 공략했고 유통 관련 사업으로 ‘역직구’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역직구 판매자를 위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역직구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크리스마스 등 이른바 연말 대목을 앞두고 한국 판매자 확보에 나선 것. 이에 따라 국내 유통업계에선 아마존이 국내시장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마존 한국 진출설을 놓고 국내 유통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아마존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대부분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과거 월마트가 한국에서 실패하고 돌아갔듯 아마존도 한국 진출 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전자상거래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에선 G마켓, 11번가,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전자상거래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배송시스템이 대체로 잘 구축된 편”이라면서 “드론 배송의 경우 아파트가 많은 한국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아마존이 이곳에서 새롭게 보여줄 것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아마존이 시장 파급력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배송비에 인색한 한국 소비자들이 아마존 당일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나우’에 얼마나 지갑을 열지도 미지수다. 아마존의 유료 회원제 ‘프라임 나우’는 40달러(한화 4만6000원) 이상 주문하는 고객에게 당일 무료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40달러 이하 구매 시에는 6달러(한화 7000원)의 배송비를 내야 한다.

일각에선 출혈경쟁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아마존이 한국 진출설과 관련해 묵묵부답이지만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 셀러(오픈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이나 소매업체)들은 대부분 아마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초반에는 (아마존이) 한국에서 고전할 수도 있겠지만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국내 유통업계를 조금씩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다양한 형태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아마존 대응에 소홀할 경우 토이저러스처럼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