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했다는 이유로 이사장에게 수차례 뺨을 맞고 정강이를 걷어차인 직원은 고막이 찢어져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새마을금고 경기 안양북부법인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한 방송매체를 통해 드러난 이사장의 행태는 독립 금융회사의 수장이라기보다 조직폭력배에 가까웠다. 해당 이사장은 폭행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사임했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새마을금고를 관리·감독하는 행정안전부가 뒤늦게 부랴부랴 ‘내부 갑질 재발방지방안’을 마련했다. 행안부는 임직원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암행감찰(현장 불시방문)제도를 운영해 수시로 직원과 면담하기로 했다. 또 새마을금고중앙회 내 ‘금고 감독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이사장의 경우엔 별도의 감사를 진행해 파면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사실상 파면”이라고 말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행안부의 해명자료를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본질을 빗겨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행안부가 발표한 대책방안은 ‘갑질’에 방점이 찍혔다. 그런데 같은 일이 또 재발하지 않으려면 단순히 ‘갑질 방지’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는 것이 먼저 아닐까. 그간 새마을금고에서는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갑질 논란을 비롯해 직원 비리 등이 잊을 만하면 터져나왔다. 2013년부터 올 8월까지 새마을금고 직원의 비리로 인한 피해액이 300억원을 넘는다. 더구나 앞으로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준법감시인제도부터 제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금고는 일반 금융회사처럼 준법감시인을 별도로 둔다. 전국 1329개 새마을금고 법인엔 준법감시인이 각 1명씩, 새마을금고중앙회엔 무려 150여명이 있다. 준법감시인은 해당 회사에 소속된 상태지만 독립된 위치를 보장받으며 관리감독기구와 수시로 소통한다. 일종의 감사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마을금고의 갑질 논란과 직원 비리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관리감독기구가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
새마을금고의 감독권한을 금융감독원에 넘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간 새마을금고에서 터진 사고는 이를 방지할 제도가 없어서 발생한 게 아니다. 행안부의 계획처럼 암행감찰제를 운영하고 금고감독위원회를 설치해도 해결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감독기구가 새마을금고를 감독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산업이 고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각종 문제도 진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전문적인 금융감독이 필수라고 분석한다. 협동조합 형태인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도 이미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관계부처의 협조가 더 중요하다. 새마을금고의 발전을 위해 임직원이 진정한 ‘을’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자수첩] ‘갑질’보다 더한 새마을금고의 문제
서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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