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의원님, 한국지엠 이사회는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한국지엠 철수 가능성을 묻는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의 질문에 이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지 의원은 “예스 또는 노로 대답해달라”, “노력하다가 안되면 철수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며 수차례 반복질의했지만 카젬 사장의 답변은 토씨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지 의원은 한국지엠 철수설과 산업은행 주주감사 방해 의혹 등에 대해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한 것처럼 보였다. 감사용역을 맡았던 삼일회계법인 실무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한국지엠이 필요한 자료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한국지엠이 GM에 빌린 고금리차입을 출자전환하고 배당금을 받아가는 방식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서 카젬 사장은 그 어떤 확답도 하지 않았다.


카젬 사장이 사용한 '앵무새 전략'은 국감장의 단골손님이다. 수많은 피감기관 책임자와 증인이 이같은 태도로 일관한다. 가장 리스크가 적은 대답이어서다. 국회의원이 아무리 호통을 치더라도 단 몇분만 모른척 횡설수설하거나 어중간한 답변으로 방어하다보면 시간은 흘러간다.


한정된 국감 시간을 증인심문에 과도히 할애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날 국감장에 카젬 사장의 증인 출석은 주주감사 방해 등의 논란에 대해 산은과 한국지엠의 3자대면 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주주감사 방해 의혹 등에 대해 산은과 한국지엠의 이견이 엇갈렸기 때문.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것 외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국감은 피감기관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존재한다. 의원들의 요청에 의해 종종 소환되는 기업체 사장은 피감기관의 잘잘못을 따지기 위한 ‘증인’이다. 한국지엠의 철수 문제에 대해 국감에서 했어야 할 일은 한국지엠을 통제할 방법을 잃은 산은의 책임을 묻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었다.


오히려 이후 이어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의미있는 대답을 얻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 의원은 이어진 국감에서 이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했고 금융당국으로부터 한국지엠 문제와 관련한 특별감리와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대답을 얻어냈다.


한국지엠을 둘러싼 지역경제와 자동차관련 업계의 우려는 심각하다. 지난달 16일을 기해 산은이 가졌던 비토권(거부권)은 사라졌다. GM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한국을 떠날 수 있다. 한국지엠 300개 협력업체와 30만 근로자의 고용을 볼모잡힌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CSA 등 산은-GM간 공개되지 않은 협약내용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지극히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