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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에 파업 전운이 드리웠다. 사상 최대 실적에 따른 초과이익분배금(PS) 성과급 지급 규모를 놓고 노사의 의견이 대립하면서다. 사측은 기본급의 '1700%+α' 방안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전액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1700%+α' 성과급 제안을 거절하고 지난달 28일 10차 임금교섭을 끝으로 2025년 임금교섭 결렬을 공식 선언한 상태다.
이후 노조는 지난 6일 청주3캠퍼스에서 진행한 1차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를 연데 이어 지난 12일 본사가 위치한 이천 수펙스센터 앞에서 2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SK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앞에서도 시위를 진행 중이다.
노조는 사측이 제안한 PS 지급 규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PS는 기업이 초과 이익을 거뒀을 때 구성원과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이다. SK하이닉스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개인 성과와 연계해 월 기준급의 최대 1000%를 지급해왔다.
사측은 올해 PS 기준을 1000%에서 1700%로 높이고, PS를 지급한 후 남은 재원은 반으로 나눠 미래 투자와 추가 PS 지급에 쓰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021년 노사 합의 문서에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노사가 성과급 지급 규모에 이견을 보이는 이유는 회사가 역대급 실적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39조8711억원, 영업이익 16조6534억원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가 연간 기준으로 매출 86조8350억원, 영업이익 37조196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갈아치울 것으로 보고있다.
만약 영업이익의 10%를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경우 성과급 재원으로만 3조7000억원가량을 써야한다.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 3만2390여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약 1억140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노조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호황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고 사측이 이미 노사협의를 통해 영업이익 10% 지급에 합의한 만큼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영업이익 10% 전액을 즉시 지급하기보다는 일부를 미래 투자와 불황 대비 재원으로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노조가 사상 첫 파업에 돌입할지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노조는 "회사가 실적에 맞는 임금 인상과 반도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PS 지급 기준 변경에 응할 때까지 조합원 총단결로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며 강력한 투쟁방침을 밝혔다. 업계는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생산직 노조 가입률은 99%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측은 대화를 이어가자며 노조에 손을 내밀고 있다. 신상규 SK하이닉스 기업문화 담당(부사장)은 지난 12일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 '현재 임단협에 대한 사측 입장'을 묻는 구성원의 질문에 "임금 인상률 외에도 PS를 협상 중이며, 1700% 초과분에 대한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