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관련해 DGB금융지주 측과 협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매각주관사인 EY한영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실사를 마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가격을 포함한 인수조건을 놓고 현재 DGB금융지주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올해 안에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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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지주 제2본점. /사진제공 DGB금융지주 |
◆DGB금융, 인수협상 공식화
지난 4월 현대중공업그룹이 6개 회사로 분사하면서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증권업계 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산분리법에 따라 2년 내에 하이투자증권의 지분을 처리해야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그룹 내 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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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는 현재 지주사 역할을 수행 중인 현대로보틱스가 맡을 확률이 높은데 하이투자증권의 지분 85.32%를 가진 현대미포조선이 현대로보틱스 지배구조 아래에 있어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M&A(인수·합병) 매물로서 매력적이지 않다는 혹평 속에 오랜 기간 매각에 난항을 겪었던 하이투자증권의 새 주인 찾기에 속도가 붙었고 현재 DGB금융지주가 인수자로 유력한 상태다.
특히 DGB금융지주가 지난 1일 공시를 통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인수협상을 공식화함에 따라 빠른 진척이 예상된다. 시장에서 관측하는 하이투자증권 매각가는 4500억원대다.
DGB금융지주는 빠르면 이달 8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 하이투자증권 인수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8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매각주관사인 EY한영으로부터 실사자료 등을 건네받고 M&A를 본격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M&A 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하이투자증권·하이자산운용 인수에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손실이 나더라도 연내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협상진척이 순조로울 것으로 관측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발목 잡을까
DGB금융지주는 2020년까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증권사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후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하이투자증권·하이자산운용·현대선물 등 3개사를 패키지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대주주의 위법사실 등 주주자격을 심사하는 제도다. 2년마다 적격성 유지요건에 부합하는지 금융당국이 심사한다. DGB금융지주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8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9월 중순 금융당국에 인수의사와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초 경찰이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을 비자금 조성혐의로 경영진과 함께 입건하면서 하이투자증권 인수상황이 복잡해졌다. 이에 DGB금융지주는 주관사인 EY한영에 매각절차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의혹 수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 하이투자증권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만약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혐의가 인정되면 DGB금융지주는 기관경고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기관경고를 받으면 1년간 다른 금융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이 경우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무산된다. 특히 비자금 조성은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행위여서 금융사 인수가 어렵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된 징계를 내릴 수 있다”며 “이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주겠지만 인수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비자금 조성주체가 자회사인 대구은행이어서 제재범위가 DGB금융지주까지 확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회장은 현재 대구은행 간부급 직원 5명과 대구은행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제외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비자금 조성의혹에 연루된 이가 대구은행 간부인 점과 행위 주체 역시 지주가 아닌 대구은행인 점을 감안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박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하고 있으며 비서실 직원도 업무상 횡령으로 입건된 점을 고려하면 재판결과에 따라 DGB금융지주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이달 중 마무리되고 비자금 혐의를 완전히 벗더라도 연내에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완벽하게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홍콩 자산운용사인 HKAM(Hongkong Asset Management)이 EY한영에 하이투자증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지난 3일 밝힌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DGB금융지주와 한창 협상 중인 시점에서 HKAM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DGB금융지주와의 협상 불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둔 HKAM이 ‘증권사+자산운용사 인수’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