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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키는 꾸준히 진화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
스마트키는 말 그대로 ‘똑똑한 열쇠’다. 굳이 키를 꺼내지 않고 몸에 지니는 것만으로도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걸 수 있다. 차의 주인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장치인 셈이다. 예전엔 값비싼 고급차에서나 적용되던 품목이었지만 요즘은 경차에도 쓰일 만큼 보편화됐다.
자동차에서 ‘열쇠’는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오래 쓸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도어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거나 시동을 걸 때만 필요했기에 납작하고 기다란 쇠막대기 형태면 충분했다. 여기에 편의를 더한 게 무선 리모컨이다. 하지만 멀리서 잠금장치를 조작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기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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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키에 기능이 더해지면서 크기도 커졌다. /사진=박찬규 기자 |
◆분실하면 낭패… 무조건 챙겨라
스마트키가 등장하면서부터는 많은 게 달라졌다. 쇠막대기는 키 케이스 안으로 들어갔고 케이스 디자인도 차종에 따라, 브랜드에 따라 달라졌다. 지금은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쓰일 만큼 관련 액세서리도 늘어났다.
통신할 때 쓰는 주파수 대역도 다양화되면서 스마트키의 재주가 늘어났다. 통신형 스마트키가 대표적인데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이 무엇인지, 차 상태는 어떤지 알려주며 나아가 1km 거리에서도 명령할 수 있는 장거리 통신용 제품도 나왔다.
BMW는 7시리즈 스마트키는 스마트폰처럼 터치스크린을 집어넣었다. 버튼 개수를 줄이고 화면으로 여러 기능을 구현한 것. 이처럼 스마트키는 ‘열쇠’로서 본연의 임무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스마트키는 물리적인 접촉이 없는 데도 어떻게 주인을 알아볼까. 자동차를 만들 때 각각의 스마트키에 고유의 값을 설정하는데 이 값이 일치할 때만 주인임을 인정한다. 즉 무선통신을 통해 암호화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보이지 않는 ‘열쇠’로 차를 여닫고 시동을 걸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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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스마트키가 자동차 액세서리같은 개념으로 인식된다. /사진=박찬규 기자 |
세월이 변했지만 스마트키도 쇠막대기 시절처럼 차종 당 2개를 주는 게 일반적이다. 분실했을 경우 활용할 수 있도록 여분을 주는 것. 하지만 스마트키는 개성을 표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소유’를 과시하는 개념이 더해진 점이 다르다. 키가 2개라면 1개를 보관하지 않고 가족 등 2명 모두 각자의 것을 가지고 다닌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분실 위험도 함께 늘었다.
만약 스마트키를 잃어버렸거나 고장이 났다면 서비스센터에서 키를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재발급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차종에 따라 해당 센터에 키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하므로 며칠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수입차는 해외에서 배송받는 경우가 있고 이때는 몇주가 걸린다.
똑같은 키를 구했더라도 겉만 같을 뿐 고유의 코드가 다르다. 따라서 이 코드를 등록하는 데 몇시간이 또 걸린다. 물론 등록할 때 서비스센터 직원의 노력이 들어가므로 공임이 발생한다. 비용은 회사마다 차종마다 제각각이다. 몇만원에서 수십만원이 될 수도 있다. 키 자체의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쉽게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다. 새 코드를 등록하면 기존의 키는 사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키의 고유 값을 확인하지 못했을 경우 키박스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들기도 하며 교체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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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넨탈 가상 스마트키 시연장면. /사진=박찬규 기자 |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가상키 연구도 활발하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더라도 또 다른 키를 가진 가족이 키를 복사해줄 수도 있고 통신 모듈을 통해 원격으로 시동을 걸 수도 있다. 키를 발급받으려면 생체인증으로 본인임을 입증해야 한다.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스마트키 분실로 서비스센터에 찾아와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당장 제품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 최대 몇 주가 걸리고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잃어버리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