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 /자료사진=뉴시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 /자료사진=뉴시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41)가 과거 정부의 우주인 프로젝트를 비판했다.
이 박사는 최근 과학비평잡지 ‘에피’ 3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나는 우주인 배출 사업이 만들어낸 상품이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을 통해 2008년 4월8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러시아 소유즈 TMA-12호를 타고 우주를 다녀왔다.


이 박사는 “우주에 있을 때도 후속사업이 없는지 몰랐고 이후의 다른 계획들이 잡혀 있는 줄 알았다. 귀환해서 우주인 사업이 3년짜리 단기 사업이고 후속 계획이 없었다는 것을 알고 무척 허탈했다”며 “그래서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를 만나 이러이러한 실험은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인 배출 사업이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게 목표였다면 그나마 성공적인 사업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의 우주과학을 발전시키는 게 목표였다면 후속 사업도 없고 후속 실험도 안 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책 설계가 부실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보다는 정책 설계자와 정책 수행자가 바뀌었고 그래서 목표와 방향이 달라졌던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주 개발 사업의 방향에 대해서는 “제2의 우주인이 나온다면 전 세계의 많은 우주 전문가들을 만나고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강대국이 한다고 해서 하는 우주개발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한 것이 우주 강국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2008년 우주 비행 당시 우주선에 탑승하자마자 바느질을 해야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우주화물선이 처음 우주로 올라갔을 때는 ‘과학기술부’였던 정부 부처명이, 우주에 가기 한 달 전쯤 정권이 바뀌면서 ‘교육과학기술부’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박사에게 비행복 패치를 새로 바느질해서 바꿀 것을 지시했고, 모든 실험 장치에 붙은 ‘과학기술부’ 스티커도 떼어내야 했다. 그는 “지구와의 교신에서 번번이‘그거 다 뗐느냐? 확실히 다 붙였느냐?’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생하다”며 동승했던 다른 나라 우주비행사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2012년 항공우주연구원을 휴직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현재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 공대 자문위원 자격으로 학생들의 연구활동을 돕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인공위성 스타트업 기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강연 등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