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토성고진 츠수이허 강변에서 펼쳐진 타철화. /사진=박정웅 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간) 토성고진 츠수이허 강변에서 펼쳐진 타철화. /사진=박정웅 기자
천년고진(千年古镇) 홍색토성(紅色土城). 홍군의 대장정 지역인 토성의 말머리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을 뽐내는 타철화. /사진=박정웅 기자
천년고진(千年古镇) 홍색토성(紅色土城). 홍군의 대장정 지역인 토성의 말머리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을 뽐내는 타철화. /사진=박정웅 기자

#1. 용광로의 쇳물이 하늘로 솟구치자 강력한 불꽃을 이룬다. 이만으로 아쉬웠던지 공중에서 산화하지 못한 쇳물은 땅에 튕겨 또다시 불꽃을 토한다.
#2. 쇳물의 황홀경을 더 가까이서 보겠다는 미련함이 과했나. 느닷없는 쇳물의 '불똥 테러'를 피하려는 모양은 '허둥지둥'. 그것도 잠시, 새 불꽃에 대한 미망에 또다시 '갈팡질팡'. 다행히도 불똥에 덴 데는 없다.   

단단한 무쇠가 유려한 불꽃을 피운다. 중국 구이저우(贵州)성 츠수이(赤水)의 토성고진(土城古镇). 츠수이허(赤水河) 강변에서 펼쳐진 다톄화(打鐵花·타철화)는 중국 기예(技藝)의 '끝판왕'이었다.


타철화는 1600~1700도의 펄펄 끓는 쇳물로 불꽃을 만드는 도교의 기예로 출발했다. 명과 청나라 시절, 가장 흥성한 중국의 민간 전통 불꽃놀이로서 2008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가 됐다.

쇳물이 아찔하게 그리는 아름다움은 중국의 4대 발명품 중 하나인 화약으로 만드는 불꽃보다 더 장렬했다.

초창기 타철화는 도교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펼쳐졌다. 아름다운 반면 위험해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타철화로 도교의 기세를 과시하고 군중을 즐겁게 하려 한 것.


이후 타철화는 길함을 맞이하는 민간 전통놀이로 변모했다. 이른바 '발전'을 뜻하는 '파(发)'와 발음이 비슷한 '화(花)'를 이용, '불꽃놀이(打花)를 할수록 더 발전하라'(打花打花 越打越发)는 의미를 새긴 것.

타철화는 거리를 멀찍이 두거나 바람을 등 진 곳에서 관람하면 더욱 안전하다. /사진=박정웅 기자
타철화는 거리를 멀찍이 두거나 바람을 등 진 곳에서 관람하면 더욱 안전하다. /사진=박정웅 기자
타철화 용광로와 공연자. 토성 주민인 공연자는 일상복 차림을 했다. /사진=박정웅 기자
타철화 용광로와 공연자. 토성 주민인 공연자는 일상복 차림을 했다. /사진=박정웅 기자

현지민에 따르면 타철화의 본고장은 과거 제련술이 뛰어났던 허난(河南)성이었다. 지금도 그 명맥을 잇긴 하나 매우 위험해 배우려는 자가 없어 춘절 대보름 정도에만 반짝한다는 설명이다.  
이곳 토성의 타철화는 소형 공연이지만 구이저우 츠수이를 돋보이게 하는 여행 콘텐츠로 부상했다. 중국 전역에서 유일하게 주말마다 펼쳐져서다.   

특히 방염복은 고사하고 일상복 차림으로 위험천만한 타철화를 뚝딱 해치우는 공연자의 솜씨와 배짱이 여간한 게 아니었다. 더 놀라운 건 공연자들이 토성의 평범한 주민들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타철화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일정 거리에서 관람한다면 극한의 기예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공연자도 그렇거니와 관람객을 통제하는 안전요원 또한 일상복 차림인지라 막연한 두려움은 접어둬도 괜찮다.   

이마저도 두렵다면 아예 멀찌감치 떨어지거나 바람을 등지는 곳에서 쇳물의 불꽃 향연을 관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취재협조=뚱딴지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