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링, 바호핑, 펍크롤링…. 덥다는 홍콩의 여름과 이에 대한 편견을 냉각(쿨링)하는 키워드다. 7~8월 평균 최고기온 31도에 강수확률 50%. 아열대성 기후는 언뜻 우리의 여름철과 엇비슷하다. 덥거나 습하기로 치자면 더 남쪽의 다낭·세부·팔라완·코타키나발루·발리보다 더할까. 여름 홍콩여행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 대형복합쇼핑센터(몰), 고급호텔 수영장, 나이트라이프, 그리고 유럽풍의 비치. 이러한 도심과 자연 환경 체험에 생생한 진행형 접미사(~ing)를 잇댄 홍콩 여름여행 ‘쿨(Cool) 팁’이 있어서다. <편집자주>


화려하고 개방적인 란콰이펑 바호핑
세상서 가장 높은 바에서의 조망은 ‘치명적’



나이트 라이프가 일상인 넛츠포드 테라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나이트 라이프가 일상인 넛츠포드 테라스.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뜨겁고도 시원한 낮을 보냈다면 이제 홍콩의 찬란한 밤 차례다. 홍콩의 나이트 라이프는 그곳의 시민과 또 그곳을 찾는 여행객처럼 개방적이다. 란콰이퐁은 이같은 여행객들로 화려하다. 치안도 안전해 파티 물결이 ‘황혼에서 새벽까지’ 거리에 차고 넘친다.
시원하게 펼쳐진 하버뷰의 풍광을 즐기며 칵테일이나 샴페인 잔을 드는 순간, 홍콩의 바호핑·펍크롤링의 막이 오른다. 벌써부터 어깨가 들썩일 즈음, 홍콩의 여름이 덥고 식상하다는 친구에게 “그러니깐 ‘꼰대’!”라는 일격도 괜찮다.

넛츠포드 테라스 야경.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넛츠포드 테라스 야경.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최근 홍콩의 밤거리를 주도하는 건 과거 미국 금주법시대 유행한 비밀술집을 본 딴 스피크이지(Speakeasy) 바들이다. 홍콩의 바는 서울에 비해 규모가 크고 화려한 곳이 많다. 백 바에 진열된 술의 구색도 압도적. 칵테일은 일본풍의 섬세함이 녹아든 우리의 문화와 다르다. 런던의 영향을 받아 창의성을 중시하면서 바텐더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더불어 바의 분위기는 훨씬 개방적이다. 특히 란콰이펑 일대의 바는 주말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세계서 가장 높은 바 '오존'(Ozone)

오존바에서 바라본 홍콩 파노라마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오존바에서 바라본 홍콩 파노라마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리츠칼튼 호텔 118층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바가 있다. 오존(Ozone)은 메리어트 계열 최상급 호텔에 걸맞은 화려한 인테리어는 기본에 음료와 푸드 메뉴 역시 손색없다. 칵테일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래한 크래프트 칵테일의 기본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홍콩의 정체성을 담으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칵테일이 많으니 도전해 볼 것. ‘더 리츠칼튼 시그니처’로 내세우는 칵테일은 ‘HK 스카이라인’이다. 23년산 자카파 럼을 베이스로 압생트, 임페리얼 우롱 시럽, 핑크 그레이프프루트, 라임을 더하고 돔페리뇽 폼과 초콜릿 스톤을 얹는다. 유리관에 연기를 가득 채우고 매캐한 훈연향이 돋보인다.
오존바 내부.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오존바 내부. /사진제공=홍콩관광청

허세를 더 부리고 싶다면 빈티지 샴페인을, 실속파라면 맥주나 소프트 드링크를 추천한다. 알콜이 싫다면 목테일이, 식사를 겸한다면 단품 메뉴가 있다. 바 위쪽이 개방된 야외 데크 공간은 홍콩 하버의 야경을 180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예악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항상 붐빈다.
◆이름처럼 달콤한 슈가(Sugar)

슈가바 외부 데크.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슈가바 외부 데크.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슈가는 타이쿠 이스트호텔 32층 꼭대기에 있는 바·데크·라운지를 즐길 수 있는 복합 이벤트공간이다. 이스트호텔은 홍콩의 유명한 럭셔리호텔 ‘어퍼하우스’와 같은 체인에 속한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스타일리시한 호텔만 찾아다니는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슈가는 감각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와 럭셔리한 가구로 꾸며진 라운지도 좋다. 특히 탁 트인 데크에 나가 즐기는 전망이 빼어나다. 홍콩섬과 구룡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는 센트럴이나 침사추이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전망에 취해 끼니를 놓친 여행객을 위한 버거, 피자 등이 있다. 또한 칵테일 수준과 와인 리스트도 기대 이상이다. 홍콩섬 서북쪽 끝자락에 있는 타이쿠는 젊고 부유한 외국인 사업가, 서구권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다. 다소 멀게 느낄 수 있지만 센트럴에서 MTR로 연결돼 접근성은 뛰어난 편이다.
◆클래식·모던 공존하는 '레드 슈가'(Red sugar)


케리 호텔 레드 슈가와 270도 파노라마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케리 호텔 레드 슈가와 270도 파노라마뷰.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레드 슈가는 샹그리라가 최근 선보인 브랜드 케리 호텔 7층 루프탑에 있다. 건물의 돌출된 부분에 위치해 있어 입체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오크통에서 숙성한 칵테일과 모던 클래식 칵테일이 메뉴에 있고, 크래프트 비어와 와인 리스트도 갖췄다. 호텔에 있는 라운지답게 럭셔리한 분위기는 기본. 더불어 클래식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감각적이다. 바 푸드도 곁들일 수 있어 좋다. 다만 저녁 6시 이후엔 어린이 출입이 제한된다.
◆탁구장 개조한 '핑퐁129 진토네리아'

붉은빛이 감도는 핑퐁129.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붉은빛이 감도는 핑퐁129.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성완에서 서쪽으로 케네디타운까지 지하철이 뚫리면서 사인인푼은 핫 플레이스로 변모했다.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멋진 바와 숍 등이 숨어 있어 매력적이다. 핑퐁129바도 사인인푼에 둥지를 틀었다. 탁구장으로 쓰던 공간에 스페인 출신의 바텐더가 멋진 바를 연 것. 주로 진을 취급하는데 종류만 160여종. 진을 베이스로 하는 칵테일, 와인, 맥주를 스페인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탁구장이던 시절의 인테리어에 간략한 터치만 더한 내부 공간이 인상적이다. 바 안은 온통 붉은빛이 일렁이는데 몽환적이고 섹시하기까지 하다. 안타깝게 고인이 된 장궈룽(장국영)을 떠올려도 좋다.
◆자유연애 스토리 입힌 '미세스 파운드'(Mrs.pound)

숨은 이야기가 어여쁜 미세스 파운드. /사진제공=홍콩관광청
숨은 이야기가 어여쁜 미세스 파운드. /사진제공=홍콩관광청

미세스 파운드는 성완에서 유명한 스피크이지 바다. 도장 가게 안에 숨은 바의 스토리는 이렇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로 사람들에게 추앙받던 미세스 파운드는 자유연애를 즐기다가 친절한 미터스 밍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자취를 감췄단다. 미스터 핑은 그가 가장 좋아하던 도장가게를 미세스 파운드에게 비밀의 공간으로 마련해 줬는데 공간은 고스란히 보존됐다. 지금은 그녀의 이름을 딴 바로 거듭난 것. 부럽고 아름다운 스토리다. 바 카운터를 지나 화장실로 들어서는 안쪽 자리가 좋다. 녹청색 벨벳 의자 위로 영롱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아늑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은 1950년대의 정취를 재현한 느낌이지만 메뉴 구성과 음악은 모던하고 세련됐다. 보드카와 톰얌을 섞은 파운즈 마리 진, 캄파리, 만치노 로소, 티 비터스를 넣어 만든 미스터 밍스 네그로미 등의 시그니처 칵테일 외에 목테일과 스무디, 와인, 맥주, 다양한 안주 등을 함께 내놓는다. <사진·자료제공=홍콩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