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나얀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3차전 중국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 /사진=뉴스1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나얀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C조 3차전 중국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 /사진=뉴스1

59년 만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대회 초반부터 암초에 걸렸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음에도 연이어 불안한 경기력을 노출하면서 앞으로 일정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나얀 경기장에서 중국과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조별예선 최종전을 치르게 된다.

◆‘빌드업 축구’ 실종된 대표팀, 세밀함 회복해야

지난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 후 지속해서 강조한 부분은 ‘빌드업’이다. 벤투 감독은 요행을 바라는 롱패스 위주의 경기 양상을 지양하고 후방에서부터 간결하고 빠르게 ‘만들어가는 축구’를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대표팀은 9월부터 6차례에 걸친 평가전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칠레와 우루과이 등 남미 강호들을 상대로도 선전했으며 특히 마지막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상당히 완성도 있는 플레이들을 자주 연출하며 4-0 대승을 거뒀다. 여기에 소속팀에 전념할 수 있도록 11월 평가전 일정서 제외된 손흥민과 기성용도 12월부터 연일 대활약을 펼치면서 이번 아시안컵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경기 양상이 진행됬다. 상대적 약체로 꼽히는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시종일관 답답한 플레이가 나오면서 각각 1-0 진땀승을 거뒀다. 2승을 거뒀으나 우승을 노리는 팀의 경기력이라고는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현 대표팀 경기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문제점은 패스의 부정확성이다. 빌드업은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 모두를 지칭한다. 따라서 빌드업 위주의 축구에서는 패스미스로 상대방에게 볼을 빼앗긴다면, 다시 볼을 탈취한 후 후방에서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따라서 패스의 정확성은 현 대표팀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는 상대방의 수비 진영에서 패스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패스가 자주 끊겨 공격작업에 애를 먹었다.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모두 수비 짜임새와 개인 기량이 부족한 팀들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지난 두 경기에서의 부진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축구 통계전문 매체 ‘스포츠매틱스’에 따르면 한국 대표팀의 경기별 패스 성공률은 필리핀전 92.3%, 키르기스스탄전 89.1%에 달했다. 하지만 상대 수비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패스가 자주 끊기면서 좀처럼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즉 통계에서 나타난 높은 패스 성공률은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 모두 수세적인 플레이를 펼쳤기에 한국이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며 높아진 ‘허수’였다.

16강부터 만날 상대들은 이전보다 더 강력한 압박과 수비 조직력을 갖춘 팀들이다. 기회 창출이 이전보다 어려울 것이며 단 한번의 기회와 실수가 경기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는 중국전에서는 빌드업의 정교함을 끌어 올리며 보다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수비가 비교적 느슨한 만큼 토너먼트를 위한 마지막 시험 상대로 적합하다. 만약 이날도 안일한 플레이가 이어진다면 우승은커녕 조기탈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빌드업 축구'의 신봉자 파울루 벤투 감독. 이번 아시안컵 대회 동안 대표팀의 빌드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 만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진=뉴스1
'빌드업 축구'의 신봉자 파울루 벤투 감독. 이번 아시안컵 대회 동안 대표팀의 빌드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는 만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진=뉴스1

◆내용만큼 중요한 결과. 이란은 피하는 게 상책

중국전 결과와 무관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중국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있다. 현재 C조에 속해있는 한국과 중국은 각각 2승을 거두며 승점 6점을 획득한 상태지만 중국이 득실차에서 +2 앞선 상황이기에 3차전 맞대결이 무승부로 끝난다면 한국은 중국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오른다.
우승을 바라본다는 팀이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 그것도 그동안 18승 13무 2패라는 압도적인 상대전적을 바탕으로 한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에게 뒤진다는 것은 자존심이 구겨질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1위 진출이 필요한 실리적인 이유가 더 크다.

아시안컵은 16강부터 추첨이 아닌 미리 정해진 대진에 따라 일정이 치러진다. 현재 C조 2위는 A조 2위를 차지한 태국과 맞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이 경기의 승자는 8강에서 현재 아시안컵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이란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은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이 가장 고전한 팀이다.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최근 5경기에서 1무 4패에 그쳤다. 역대로 범위를 넓혀도 한국 기준으로 상대전적이 9승 8무 13패로 승률이 20%에 불과하다.

특히 아시안컵에서 이란과의 악연이 깊다. 1996년 UAE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을 상대한 한국은 이란의 ‘전설’ 알리 다에이에게만 해트트릭을 허용하는 등 2-6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이후에도 4회 연속 8강에서 이란과 맞닥뜨린 한국은 해당 기간 2번의 승리에서도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진땀승을 거둘 정도로 이란에게 고전했다.

반면 한국이 C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면 4강에서 일본도 피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들을 결승 무대까지 만나지 않을 대진이 형성되는 것이다. 대회 우승을 위해서 난적을 모두 꺾어야 할 필요는 없는 만큼 되도록 수월한 일정을 치르는 것이 우승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16일 열리는 중국전은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아야 하는 매우 중요한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