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시즌5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에피소드 중 한장면. /사진=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5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에피소드 중 한장면. /사진=넷플릭스
가상현실(VR) 공간에서 상대방과 직접 전투를 펼치며 플레이하는 모습은 먼 미래의 일로 느껴진다. 안경 등 얼굴을 뒤덮는 장비 대신 뇌파 조종장치를 통해 가상의 환경에 접속하고 직접 캐릭터로 변신해 상대방을 마주한다면? 지난 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시리즈 <블랙미러> 시즌5의 첫 번째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오랜 우정을 간직한 ‘칼’과 ‘대니’는 어렸을 때부터 즐겼던 격투게임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최신판을 얻게 되고 오랜만에 게임에 접속한다. 콘솔기기와 패드로 즐겼던 게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VR버전이 지원돼 특정 공간에서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이를 통해 게임에 접속하면 분리된 정신(본인)과 육체(게임 캐릭터)가 결합된 새로운 자아를 통해 상대방과 마주한다. 부인과 아들을 둔 대니는 삶에 지루함을 느끼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 접속한 후 여성게임 캐릭터 ‘록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한층 자극적인 행동을 저지른다. 칼 역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 접속하는 횟수가 늘면서 위험한 관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진화된 기술과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블랙미러 속 주인공들은 고도화한 기술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휩쓸리면서도 사랑과 우정이라는 본질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찰리 브루커는 “블랙미러는 기술의 힘을 잘못 활용할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에서 담은 작품”이라며 “(진화된) 기술이 나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애나밸 존스는 찰리 브루커에 이어 보충 답변을 전했다. 그는 “기술은 강력한 툴로 존재하며 점점 진화하고 있다”며 “블랙미러는 사람들이 기술이라는 강력한 힘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떤 취약점에 사로잡혔을 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찰리 브루커와 애나벨 존스. /사진=넷플릭스
찰리 브루커와 애나벨 존스. /사진=넷플릭스
첫 번째 에피소드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출발은 뮤지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무거울 수 있고 경각심도 느껴지는 콘텐츠 주제의 근원은 ‘대화’였다.
찰리 브루커는 “아이디어는 뉴스나 특정 페이지보다는 재밌는 이야기에서 얻는 편”이라며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도 뮤지컬 관련 에피소드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철권, 스트리터파이터 등 격투게임을 이야기하는 도중 실생활과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블랙미러는 ‘꺼진 기기 사이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뜻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본능을 고찰하는 스토리로 큰 반향을 얻은 드라마다. 시즌5를 구성하는 스트라이킹 바이퍼스, 스미더린, 레이철·잭·애슐리 투 등 세 가지 에피스드 역시 충격적이며 비판적인 내용으로 구성됐다. 판타지적 세계관이 주 무대로 등장하지만 다가올 미래에 충분히 있을 만한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찰리 브루커는 “스트라이킹 바이퍼 촬영과 스미더린의 극작이 밴더스내치 일정과 겹치면서 결국 시즌 5에는 세 가지 에피소드만 싣게 됐다”며 “사실 밴더스내치는 시즌5에 함께 포함될 예정이었는데 극작 과정에서 이야기가 많아졌고 촬영량도 5.5시간의 분량을 확보해 단독 영화로 론칭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벌어지는 판타지적 상상은 찰리 브루커의 손에서 쓰이며 넷플릭스 플랫폼은 이런 독창적인 스토리를 유연하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애나벨 존스는 “블랙미러 시즌2까지 방영한 채널4는 영국의 전통적인 상업방송사였기 때문에 에피소드당 47분 정도로 구성할 만큼 편성에 엄격했다”며 “시즌3부터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블랙미러를 론칭했는데 내러티브나 길이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유연성이 생겼다. 시즌당 에피소드 개수도 늘리는 등 플랫폼이 변하면서 한 시즌 안에 특이한 내용이 들어가도 시리즈의 전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 도전적 장르를 시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찰리 브루커는 “대본을 쓰기 전 브레인스토밍을 함께 한 후 애나벨에게 초안을 보여준다”면서도 “극작에서 대본을 쓰는 것은 시작일 뿐 중요한 단계는 편집이라고 생각한다. 편집 과정에서 함께 작업하는데 이 과정에서 95%의 의견이 일치한다. 블랙미러 시리즈 에피소드가 각각의 스토리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동일한 방향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