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상산 동굴, 달콤한 머루와인 익는다
안렴대의 장쾌한 조망… 무주 여행명소


우리나라도 와인 생산국이다. 야생 포도인 머루와 오미자, 오디 등을 이용해 특별한 와인을 만든다. 전북 무주는 국내 머루 생산량의 약 60%를 재배하고, 머루 농가와 머루와인 업체가 협력해 맛깔스러운 와인을 빚는다.


머루와인은 적상산 중턱(450m)에 자리한 무주머루와인동굴에서 만날 수 있다. 더위를 피하고 머루와인도 맛볼 수 있어 여름철 여행지로 제격이다. 머루와인과 사과와인 6종을 무료로 시음하는데 조금씩 다른 맛이 오묘하다. 동굴에 오래 있으면 몸이 으슬으슬하다. 이때 머루와인 족욕을 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피로가 스르르 풀린다.

적상산 중턱에 자리한 무주머루와인동굴. /사진=한국관광공사
적상산 중턱에 자리한 무주머루와인동굴. /사진=한국관광공사
◆달콤한 향 진동하는 무주 머루와인동굴
통영대전고속도로를 타고 금산을 지나면 앞쪽으로 웅장한 산이 나타난다. 무주가 가까웠다는 걸 알리는 적상산이다. 무주의 수호산인 적상산은 사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험악하게 보인다. 붉은색 바위 지대가 마치 산이 붉은 치마를 입은 것 같다고 적상(赤裳)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 100대 명산에 든다.

무주 시내에 들어와 적상산 품에 난 도로를 따라 10분쯤 구불구불 오르면 무주머루와인동굴 주차장에 닿는다. 여기에 동굴이 생긴 건 무주양수발전소를 만들면서 터널을 뚫었기 때문이다. 작업용 터널이 2007년에 무주머루와인동굴로 새롭게 태어났다. 동굴 길이가 총 579m인데 그중 290m를 사용하고 있다. 무주머루와인동굴 입장료는 2000원(시음장 무료 이용·음료 1잔 포함, 와인 족욕 별도)이며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30분이다(월요일·명절 당일 휴관, 성수기는 월요일 정상 운영).


와인 잔과 머루로 꾸민 무주머루와인동굴 입구의 상징물. /사진=한국관광공사
와인 잔과 머루로 꾸민 무주머루와인동굴 입구의 상징물. /사진=한국관광공사
동굴 입구에 입을 크게 벌리고 선 머루 장승 부부의 표정이 해학적이다. 장승 뒤에 도깨비처럼 생긴 머루 정령이 입을 쩍 벌리고 있는데 여기가 동굴 입구다. 동굴에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바람은 차가워지고 슬슬 땀이 식는다. 동굴 안 평균온도는 13~14℃. 여름철 밖의 기온이 대개 30℃가 넘으니 무려 15℃ 이상 낮은 셈이다.
동굴에서는 먼저 머루에 관한 안내문을 만난다. 야생 포도인 머루는 포도보다 맛과 향이 진해 와인을 빚기에 적합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홋카이도 와인도 머루로 만든다고 한다. 무주는 국내 최대 머루 산지로, 머루 농가 110여 가구와 5개 머루와인 업체가 손잡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머루와인과 사과와인을 무료로 맛보는 시음장. /사진=한국관광공사
머루와인과 사과와인을 무료로 맛보는 시음장. /사진=한국관광공사
동굴은 동화 속 세상처럼 아기자기하다. 머루 줄기와 열매를 색색의 조명으로 치장한 포토 존이 나오고 그리스신화 주인공이 와인을 따르는 재미난 트릭 아트, 화려한 빛 터널 등이 이어진다. 무주머루와인을 소개하는 와인 병 모양 조형물도 눈에 띈다.
시음장에서은 다양한 머루와인을 맛볼 수 있다. 현재 시판되는 머루와인은 덕유양조의 ‘무주구천동머루와인’(MEORUWINE), 무주군산림조합의 ‘루시올뱅’(LUCIOLE VIN), 샤또무주의 ‘샤또무주’(CHATEAU MUJU), 산들벗의 ‘마지끄무주’(MAGIQUE MUJU), 칠연양조의 ‘붉은진주’(RED PEARL) 등이다. 반딧불사과와인영농법인의 사과와인 ‘애플린’(Apple lean)도 있다.

시음장 옆에 족욕장이 있다. 동굴에 오래 있으면 몸이 으슬으슬하게 마련이다. 이럴 땐 족욕이 제격. 뜨거운 물에 머루와인을 넣자 좋은 향기가 솔솔 올라온다. 발을 담그니 몸이 스르르 풀리면서 조금씩 따뜻해진다. 여독이 한 방에 풀리는 기분이다(이용료 3000원).

무주 남쪽을 지키는 적상산. 오른쪽으로 첩첩 산이 펼쳐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무주 남쪽을 지키는 적상산. 오른쪽으로 첩첩 산이 펼쳐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적상산과 무주 여행명소
머루와인 족욕까지 마쳤다면 동굴에서 나와 적상산의 명소를 둘러보자. 동굴 앞에서 산정으로 이어진 도로는 한동안 갈지자를 그리고 적상터널을 통과하면 느닷없이 호수가 나타난다. 무주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인 적상호다. 무주양수발전소는 상부 저수지에서 산 아래 하부 저수지로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한다.

적상호 북쪽 끝자락에 적상산전망대가 있다. 거대한 굴뚝처럼 생긴 전망대는 무주양수발전소의 발전설비인 조압수조다. 발전기가 갑자기 멈췄을 때 수로 압력이 급상승하는 걸 완화해주는 설비라고 한다. 건물 3~4층 높이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린다.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면서 무주의 산하를 감상할 수 있다. 북쪽으로 산이 첩첩 둘러싸인 가운데 무주 시내가 자리 잡았고 남쪽으로는 무주덕유산리조트 스키장이 보인다.

무주양수발전소의 발전설비 위에 만들어진 적상산전망대. /사진=한국관광공사
무주양수발전소의 발전설비 위에 만들어진 적상산전망대. /사진=한국관광공사
적상산전망대가 무주양수발전소 덕분에 생긴 인공 전망대라면, 적상산 8부 능선에 자리한 안렴대는 천혜의 전망대다. 안국사주차장에 도착하면 ‘안렴대 500m’ 안내판이 있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마당바위 같은 너른 바위 지대인 안렴대가 나타난다. 바위 아래는 천길만길 벼랑이다. 한국지명총람에 따르면, 고려 말 거란이 침입했을 때 삼도 안렴사가 이곳 바위 아래 굴에 숨어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안렴대의 자랑은 장쾌한 조망이다. 남쪽으로 향적봉에서 남덕유산까지 이어지는 덕유산 주 능선이 장쾌하고, 맑은 날에는 서쪽으로 진안 마이산이 보인다.
안렴대에서 되돌아오면 안국사 경내로 들어선다. 안국사는 1277년 월인이 창건했다는 설과 조선 태조 때 무학대사가 적상산성을 쌓고 절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승병이 주둔했다고 한다. 1995년 적상산에 무주양수발전소가 생기자, 안국사가 자리한 지역이 수몰 지구로 편입되어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천불전에 들어서니 제각각 다르고 또 비슷한 부처의 미소가 재미있다.

안렴대로 가는 숲길은 호젓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안렴대로 가는 숲길은 호젓하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적상산에서 내려와 무주 시내의 무주문화원으로 간다. 건물 3층에 김환태문학관과 최북미술관이 있다. 김환태는 일제강점기에 순수문학의 이론 체계를 정립한 무주 출신 문학평론가다. 1943년 귀향해서 이듬해 세상을 뜰 때까지 무주에 살았다. 최북미술관은 무주 출신 화가 최북을 기리는 미술관이다. ‘조어도’ ‘풍설야귀인도’ 등 대표작을 관람하고 조선 후기 회화의 흐름도 살펴볼 수 있다.
☞당일 여행 코스
무주머루와인동굴→적상산전망대→안렴대→안국사→김환태문학관·최북미술관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날: 무주머루와인동굴→적상산전망대→안렴대→안국사→적상산사고
둘째날: 김환태문학관·최북미술관→무주반디랜드→태권도원 <사진·자료=한국관광공사(2019년 8월 추천 가볼 만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