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교통수단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빠르고 편하다는 강점에 힘입어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성장세를 달린다. 하지만 이용자 안전과 수익 안정화 등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사용자 안전을 굳건히 담보하는 업체가 결국 승기를 잡게 될 전망이다. <머니S>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봤다.【편집자주】
[도심의 무법자 ‘씽씽이’-하] ‘안전’이 숙제다
서강대역에서 신촌. 걸어서 8분. 스마트폰 지도에 목적지를 입력하니 이동거리가 나왔다. 길을 좀 헤매긴 했지만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평소보다 3배 빠르게 굽이진 골목을 통과했다.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긴 했지만 전동킥보드 위에서 가을바람을 맞는 기분은 꽤 괜찮았다. 킥보드를 찾는 동안 생긴 스트레스는 완전히 날아갔다.
지난달 23일 서강대역 인근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보기로 했다. 전동킥보드 공유 어플리케이션(앱)에는 지하철 출구 바로 앞에 전동킥보드가 놓여 있다고 표시됐다. 눈앞에 보이는 킥보드를 향해 걸어갔지만 다른 경쟁자가 이미 선점하고 있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는 경쟁자에게 "킥보드 타실거냐"고 묻자 아쉬운 듯 자리를 비켰다. 대학생 김모씨(23·여)는 “집까지 걸어서는 15분 정도 걸리고 킥보드로는 5분도 안 걸린다”며 “편하게 가려고 가끔씩 타는데 오늘은 자꾸 에러가 나서 그냥 걸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첫 전동킥보드 빌리기를 시도했다. 대여 과정은 간단했다. 원래대로라면 킥보드에 그려진 QR코드를 스캔하면 끝이다. 다만 첫 시도는 실패했다. 휴대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스캔했지만 ‘연결에 실패했습니다’는 메시지만 날아왔다.
앱에서 소개한 오류 시 해결방법 대로 시도해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고장 킥보드 신고하기' 기능이 있었지만 다음 킥보드를 빨리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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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 공유킥보드 주자창. /사진=심혁주 기자 |
◆ 첫 전동킥보드… 초보자도 쉽게
다음 후보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었다. 지도가 가리키는 주변까지 왔지만 골목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힘겹게 두 번째 킥보드를 발견했다. 이번에도 오류가 나면 다시 10분을 걸어야 했다. 빨리 가려고 킥보드를 타는데 찾는 시간이 더 걸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QR코드를 무사히 인식했다. ‘안전을 위해 헷멧 착용 바랍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킥보드 잠금이 풀렸다. 잠금 장치가 풀리지 않으면 킥보드 바퀴가 굴러가지 않는다. 성인 남자도 억지로 끌고 가기에는 무거운 무게다. 도난의 위험은 크지 않다. 킥보드에는 GPS 장치가 설치돼 정밀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난생 처음 전동킥보드를 타는 탓에 두려움이 앞섰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 보여 조심스레 속도를 냈다. 우려와 달리 운전법은 쉬웠다. 왼손은 브레이크, 오른손은 엑셀을 조작하면 된다. 뒷발에는 추가 브레이크가 있었다.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구조였다.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조금 지나니 익숙해졌다.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체감속도는 자전거 주행 때와 비슷했다. 확실히 걷는 것보다는 훨씬 빨랐다. 전동킥보드 최대 속력은 시속 25㎞다. 차가 서행하는 수준으로 인도에서는 보행자를 위협할 만한 속도였다.
5분 정도 주변을 돌며 시험운행을 하는데 갑자기 속도가 줄어들더니 킥보드가 멈춰섰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똑같은 킥보드를 다시 환승했다. 전동 킥보드에는 환승기능이 있다. 전기충전방식인 전동킥보드는 배터리가 소모되면 다른 킥보드로 갈아타야 한다. 이 경우 반납했다가 다시 타는 경우 30분 이내로 찍으면 기본요금 추가 없이 환승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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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서강대역에서 신촌역까지 킥보드 이동 경로, 킥고잉 어플리케이션. /사진=심혁주 기자 |
◆ 부담없는 속도, 하지만…
얼마나 유용할까. 서강대역에서 신촌역까지 목적지를 정해놓고 달려보기로 했다. 좁은 골목골목을 신속하게 지났다. 오르막길도 부담 없이 갈 수 있었다.
도착까지는 3분가량 소요됐다. 신촌역 인근 주차장에 킥보드를 세워 체험을 마쳤다. 반납을 할 때는 굳이 주차장이 아니더라도 어디든지 킥보드를 세워두면 된다. 다만 공유 전동킥보드가 골목길이나 인도에 무분별하게 세워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최근 마이크로 모빌리티 업체들은 편의점 등과 협업해 전용 주차장을 설치하고 있다.
이용요금은 1000원이 나왔다. 첫 이용할인을 받아 1500원 할인을 받았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0분에 1000원꼴이다. 이후 1분당 100원씩 추가요금이 붙는다.
무엇보다도 편한 게 장점이었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대부분 강남·마포지역 위주로 킥보드가 설치돼 있다. 킥보드를 굳이 찾아서 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킥보드 수량이 늘어나 접근성이 나아진다면 이용해볼 생각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이날 안전을 위해 4차선 이상 도로는 달리지 않았다. 속도는 자전거와 비슷하지만 전동킥보드는 현행법상 자전거도로나 인도를 달릴 수 없다. 차도로만 달려야 한다. 문제는 전동킥보드 이용자 중에서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주행 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 2만원을 내야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업체에서 안전모를 제공하기도 힘들다. 지난해 서울시는 공유자전거인 ‘따릉이’ 이용자에게 안전모를 권장하기 위해 안전모를 무료로 대여했지만 도난사고가 잦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일부 보험에 가입된 공유업체도 있지만 보험은 사고를 보상할 뿐 사고를 예방하지는 못한다. 안전에 대한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2호(2019년 10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