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가 고공성장을 거듭하면서 2020년대에는 글로벌산업을 주도할 제2의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머니S>는 글로벌 배터리시장 경쟁과 차세대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봤다. 또한 배터리가 진정한 친환경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조건인 ‘폐배터리 재활용’ 준비 상황도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배터리 전쟁-중] ‘차세대’ 개발, 누가 먼저 웃을까
스마트폰, 노트북, 스마트워치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이어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전기차 수요도 증가할 조짐을 보이면서 2차배터리가 주목받는다. 2차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을 내세워 각종 전자제품에 빠지지 않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현재 2차배터리시장의 주류는 리튬이온배터리다. 1991년 소니가 니켈카드뮴배터리를 대체하기 위해 선보인 이 배터리는 니켈카드뮴보다 에너지밀도가 두배 높고 별도의 충전기가 필요없다는 장점으로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등장한 지 28년 된 리튬이온배터리가 5~10년 이내에 성능향상 한계에 도달하고 화재 위험성을 내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배터리’와 ‘그래핀배터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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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사진제공=삼성전자 |
◆전기차에 제격 ‘전고체배터리’
전고체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를 채운 액체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액체전해질이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약점을 개선한 것으로 차세대 배터리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액체전해질을 세라믹 등 고분자 고체 물질로 대체할 경우 발열과 인화성이 대폭 줄어든다. 또 전고체배터리는 용량과 부피, 형태의 변형이 자유로워 개발이 용이한 장점을 지녔으며 부품이 덜 들어가는 만큼 무게도 가벼워진다.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전기차업계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원가의 30~40%에 달한다. 때문에 최근 전기차업계는 차세대배터리 개발에 직접 투자하는 등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전고체배터리가 상용화돼 전기차에 탑재될 경우 주행 중 발생하는 충격으로부터 자동차를 보호하고 충전시간과 내구성에서 리튬이온배터리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고체배터리 개발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일본의 완성차업체 토요타다. 이들은 전고체배터리 연구소 건립에 1조5000억엔(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233개 전고체배터리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 도요타는 2022년 전고체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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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2억유로(약 2616억원)를 들여 폴란드에 관련설비를 구축 중이다. 독일의 폭스바겐도 스웨덴 배터리 생산업체 노스볼트에 9억유로(약 1조1793억원)을 투자해 전고체배터리 확보에 열을 올린다. 르노·닛산·미쓰비시는 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미국의 전고체 개발 스타트업 아이오닉머티리얼에 10억달러(약 1조1989억원)를 쏟아부어 2025년 전고체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최대시장인 중국도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칭다오에너지디벨롭먼트는 지난해 말 중국 장쑤성에 10억위안(약 1682억원)을 투자해 전고체전지 생산공장을 구축했다. 이 업체는 2020년 중 전고체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지만 실제 대량생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도 남양연구소의 배터리 선행 개발팀을 중심으로 전고체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연료전지 개발 기업 솔리드파워에 투자하는 등 전고체배터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고체배터리 기술은 일본에 비해 3~5년 뒤쳐졌다. 한국전자부품연구원 관계자는 “전반적인 용량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수명을 늘리는 기술을 해결해야 한다”며 “국내 완성차업계가 전고체배터리 자동차를 상용화 하는 것은 2026년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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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볼. /사진제공=삼성전자 |
◆삼성 ‘꿈의 배터리’ 만든다
전기차시장에서 전고체배터리 개발이 뜨거운 화두라면 휴대용 전자기기에서는 그래핀배터리가 눈길을 끈다. 그래핀배터리에 사용되는 소재는 꿈의 물질이라 불리는 ‘그래핀’이다.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이 발견한 이 소재를 2017년 11월 삼성전자와 삼성종합기술원(SAIT), 삼성SDI, 서울대화학생물공학부가 저렴한 실리카(SiO2)를 활용해 ‘그래핀볼’ 형태로 개발에 성공하면서 2차배터리 소재로 떠올랐다.
흑연에서 벗겨낸 얇은 탄소원자막인 그래핀은 물리·화학 안정도가 뛰어나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에서 마법의 소재로 각광받는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의 원료인 실리콘보다 전자의 이동속도가 140배 이상 빠르며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한 강도를 자랑한다. 가벼운 무게와 신축성은 덤이다.
지난달 GSM아레나, 씨넷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이르면 2020년 차세대 배터리인 그래핀배터리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비용과 용량문제가 남아있지만 그래핀배터리는 30분 만에 스마트폰을 완전 충전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이에 삼성 측은 “그래핀배터리는 현재 담당 부서에서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 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사내에서 언급된 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외신의 보도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래핀배터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SAIT가 그래핀배터리 기술 특허를 취득한 후 외신의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라며 “그래핀배터리는 이론상 같은 크기의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45%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으며 충전시간도 80% 단축할 수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차세대 배터리시장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3호(2019년 10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