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가뭄, 바늘구멍, 취업한파… 갈수록 좁아지는 국내 채용시장을 표현한 수식어들이다.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지만 경기침체와 노동정책 변화로 고용의 핵심 주체인 기업들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올해도 극심한 채용난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머니S’는 올해 채용시장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고 고용 위축 원인과 트렌드 변화로 구직난이 심화되는 현상도 짚어봤다. <편집자주>

증권사 채용시장 새바람 불지만… 고용안정성 흔들
직무별 수시채용 시스템 도입, 계약직 늘어
인수·합병 등 몸집줄여… 고용안정성 불안
증권사 채용시장에 새바람이 분다. 기존 통합 채용방식에서 부서별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IB(투자은행)를 중심으로 사업 모델 다각화 전략이 증권사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IB 부문 인력 충원 경쟁이 치열하다. IB 인력 대부분이 본사영업 부서의 기간제 근로자인 만큼 계약직 인력이 늘어 고용안정성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매년 공채 통합 채용을 고수하던 증권사들이 부서 직무별 수시 채용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대우와 메리츠종금증권은 공개 채용이 아닌 수시 채용으로 업무별 인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통해 2017년 172명에 이어 2018년엔 118명을 선발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부터 부서별 직무 중심의 수시 채용방식으로 전환해 경력·신입 구분 없이 146명을 채용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수시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 직무별 수시채용 시스템 도입, 계약직 늘어

금융투자협회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증권업계의 전체 임직원수는 3만6622명으로, 전년 말(3만6377명)보다 0.67% 늘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계약직을 늘리는 추세다. 미래에셋대우는 2018년말 553명이던 계약직이 지난해 9월 기준 63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은 612명에서 687명으로, 한국투자증권은 660명에서 701명으로 늘었다. 신한금융투자는 403명에서 477명으로, 삼성증권은 197명에서 284명으로 각각 증가했고 하나금융투자 역시 669명에서 815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대형사 위주로 계약직이 늘어난 이유는 IB·WM(자산관리)·리서치센터 등 각 분야별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연봉 계약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주52시간 근로제와 함께 주식거래 시 리테일 방문 거래가 줄고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 확대된 것도 이유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증시에 따른 영향이 적은 IB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WM부문에서 연봉 계약직 선호 현상이 짙고 지난해 트레이딩 부문에서 계약직 전환이 다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IB는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인수합병(M&A) 등을 주간하는 업무를 말한다. 부동산, 항공기, 선박 등 대체투자도 IB 사업으로 분류한다.

금융투자업계는 IB 실적 기여도가 높은 증권사일수록 계약직 비중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 수익구조 개선을 주도하는 IB 인력들이 연봉 계약직을 선호하는 만큼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IB 업무의 경우 고액 연봉에 맞게 인력구조를 유연하도록 채용하는 편”이라며 “계약직 고용관계가 보편화되는 것은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선호하는 고연봉 계약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변화가 크지 않았다. IBK투자증권은 계약직이 240명에서 232명으로 줄었고 DB금융투자(82명→78명)와 교보증권(146명→138명) 역시 감소했다. 유진투자증권(265명→271명)과 한화투자증권(137명→140명)은 각각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뉴스1.
여의도 증권가 전경./사진=뉴스1.
◆ 인수·합병 등 몸집줄여… 고용안정성 불안
증권업계 특성상 계약직 고용은 빈번하다. 증권사와 근로 계약을 체결한 고액연봉 계약직 근로자는 실적을 쌓아 몸값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직을 한다. 계약직이라도 실적과 연동되는 방식으로 연봉이 결정되기 때문에 고액연봉 계약직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의 인수·합병과 수익 극대화를 위한 경영효율화 조치로 희망퇴직, 지점통폐합 등 몸집줄이기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 고용불안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2014년 말 합병해 출범한 NH투자증권은 증시 부진과 합병 이후 내부 조직 통합 작업의 영향으로 2015년과 2016년에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다.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합병이후 최초로 29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일반직은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5세 이상, 업무직은 8년 이상 근무자 중 만 36세 이상에 해당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KB증권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합병 후 첫 희망퇴직 신청 접수 결과 60여명의 직원이 퇴사를 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도 희망퇴직을 실시해 33명의 퇴직이 결정됐다. 이들 중 3분의 1가량은 계약직인 주식전문 상담역으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지점들의 통폐합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국내 증권사 45곳의 국내 지점 수는 928개로 전년대비 73개 감소했다. 증권사 국내 지점 수는 2011년 3월 말 1567개에 달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계약직 직원 비중이 낮은 신영증권은 안정적인 고용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경우 계약직이 많은 창구직 직원 조차 정규직 신분일 만큼 대표적으로 정규직 비중이 높은 증권사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규직을 줄이고 계약직을 늘려간다는 점에서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업의 특성상 고용안정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상존한다. 증권사 계약직은 통상 영업전문직으로 인센티브 등 연간 급여평균이 정규직보다 오히려 높고 승진기회 등에서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직무와 능력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은 이미 골드만삭스나 모간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국내에서도 능력 있는 직원들이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고용 형태 역시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