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털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할 때 네이버나 구글 앱을 켜고 검색창에 검색을 한다. 이슈에 대한 재미있고 유익한 영상을 보기 위해선 ‘네이버TV’나 구글이 서비스하는 ‘유튜브’ 앱에서 검색한다. 이동 시 목적지로 가는 제일 빠른 루트도 각 포털 사이트의 지도 서비스를 이용한다. 포털은 이제 일상생활 안에서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필수 존재로 등극했다. 포털을 통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

# 쇼핑도 마찬가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주목받은 업체 역시 포털이다. 네이버는 가격 서비스를 시작으로 자체 오픈마켓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하며 쇼핑몸집을 불리고 있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시장 ‘원탑’이라는 명예를 걸고 쇼핑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포털이 검색 플랫폼을 넘어 온라인 쇼핑의 최상위 포식자로 부상하는 시대가 머지않은 것이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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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리뷰]
‘검색공룡’ 네이버와 구글이 쇼핑시장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네이버는 상품검색부터 가격비교와 간편결제까지 쇼핑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면서 온라인 쇼핑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에 맞서는 구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구글은 2018년 12월 ‘구글 쇼핑’ 탭을 추가하면서 쇼핑 기능을 내놨다. 하반기 판매업자들에게 ‘무료 상품 노출’을 선언하면서 입지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두 포털 공룡들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뜨거워지는 쇼핑 시장… 기능 경쟁



구글이 국내에 선보인 구글 쇼핑은 키워드 검색 시 최상단에 상품정보가 노출되며 해당 콘텐츠 클릭 시 노출됐던 판매업체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초기 네이버 쇼핑의 상품 비교 서비스와 유사하다. 하지만 구글은 텍스트 위주의 노출방식만 고집했기 때문에 상품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구글 유저에겐 큰 변화로 읽히고 있다.


구글 쇼핑의 강점은 ‘클릭률’(CTR)이다. 구글 쇼핑 광고는 유저가 10~15개 상품을 옆으로 넘겨볼 수 있는 ‘카루셀’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이미지를 강조하는 노출 방식은 모바일에서 평균 이상의 광고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에서 제품이 가장 최상단에 노출됐을 경우 클릭률이 2~3배 이상 높아진다. 따라서 기존 텍스트 형식의 구글 검색광고보다 이미지 형태의 쇼핑 검색광고 전향이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높은 구매전환율도 기대해볼 수 있다. 구글 쇼핑은 단순 광고문구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제품 리스팅 형태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나이키 운동화’를 구글 검색창에 검색했을 경우 제품 이미지는 물론 제품설명·가격·배송료·판매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유저가 해당 상품을 클릭하기 전 제품에 대한 정보를 명확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구매 전환 가능성이 높은 유저를 사이트로 보낸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마케팅 업체 한 관계자는 “구글로 쇼핑몰 업체의 검색광고를 진행해보면 네이버와 비교했을 때 노출 수와 구매 전환 수는 당연히 떨어진다”면서도 “구매 전환율로만 놓고 보면 오히려 네이버보다도 낫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물론 기능 면에선 네이버에 뒤처진다. 네이버는 구글이 내세운 가격 비교와 쇼핑검색은 물론 자체 쇼핑몰과 간편결제 시스템까지 보유하고 있어 구글 쇼핑보다 훨씬 앞선다. 네이버 쇼핑 기능이 본격화 된 건 2014년 6월.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원하는 이들에게 무료 쇼핑 플랫폼을 지원해주는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을 열면서다.

기존 쇼핑 기능에 더해 스마트스토어와 네이버페이까지 기능이 추가되면서 쇼핑 플랫폼으로써 위력이 커졌다.
기능은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됐다. 기존에는 네이버에서 쇼핑을 하려면 별도 영역을 찾아 들어가거나 스크롤을 내려야 했지만 지금은 접근성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유저에게 필요한 상품까지 추천해주기 때문에 별도 검색도 필요 없다.

‘매출 수수료’ 먹는 네이버… 선 광고비 받는 구글



광고비 청구방식은 양사가 각각 다르다. 네이버 지식쇼핑은 판매가 대비 일정 수수료를 청구하는 반면 구글 쇼핑은 입찰을 통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선노출 후결제’라면 구글은 ‘선결제 후노출’이다.

A라는 오픈마켓이 구글 쇼핑에 광고비를 지불했다고 가정해보자. 판매자가 A마켓에 상품을 등록하면 A마켓 마케팅팀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별해 구글쇼핑에 누출시키고 유저는 구글 검색을 통해 자연스레 A마켓에 유입돼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일단 광고비만 냈다면 그 후의 매출이 10억이든 100억이든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네이버 쇼핑은 반대다. 판매자는 네이버를 통해 발생한 매출의 2%를 네이버에 내고 네이버페이로 결제 시 추가 수수료를 낸다. 네이버페이와 연동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3.74%, 휴대폰은 3.85%, 계좌이체는 1.64% 등이다.

이는 업계 평균 수수료보다 낮아 네이버 쇼핑의 강점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스마트스토어가 오픈 3년 만에 10만명이 넘는 쇼핑 사업자를 흡수하게 된 데에도 기존 유통사 대비 낮은 수수료 비용이 꼽힌다.

구글 ‘무료 정책’ 변수로… 네이버 대항마 되나



이에 질세라 구글은 하반기 ‘무료’ 카드를 빼들었다. 판매업자가 무료로 구글 쇼핑에서 상품을 노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을 위해 쇼핑 진입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쇼핑은 광고비를 지출한 업체 상품만 노출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동안 신세계와 롯데 등 자본력을 갖춘 대형업체들만 노출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정책 변화로 국내 쇼핑 시장에서 구글이 입지를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구글의 무료 정책을 향후 쇼핑시장 변수로 꼽는다. 구글 쇼핑이 현재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무료 정책을 통해 입지가 커질 경우 자연스레 쇼핑 기능이 추가되면서 그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가 국내에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구글에서 서비스 중인 AI음성인식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와’와 ‘유튜브’의 결합 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이커머스 플랫폼을 만들기 어렵지만 구글은 세계 최강의 쇼핑 검색 툴을 갖고 있다”면서 “구글이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해 구글 쇼핑 서비스를 운영하면 네이버 대항마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