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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 /사진=각 사 |
올해 내로라하는 그룹들에서 경영 승계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도 오너 3~4세의 승진이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 오너 자제 중 올해 승진이 기대되는 인물은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와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 등이다.
그룹 미래전략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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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익 동국제강 경영전략팀장 이사가 지난 7월 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장 이사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07년 1월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에 첫 입사한 뒤 미국 및 일본법인, 법무팀을 거쳐 2017년 인사에서 비전팀 이사로 발탁됐다. 2018년 6월부터는 사내 핵심 부서인 경영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 이사가 비슷한 또래의 재계 오너 자제들보다 승진이 늦은 점을 고려하면 올해 승진을 기대해 볼만 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장 이사는 1982년생으로 올해로 4년째 이사 직급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나이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2013년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에서 1년 만에 상무를 달았고 2018년 부사장에 올랐다. 지난 9월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사장은 장 이사보다 한살 어리다.
기업들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임원을 줄이는 등 큰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반면 동국제강은 올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1.2% 증가한 영업이익을 거둬 장 이사에 힘을 더 실어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현재 경영전략팀에서 대내외 경영 환경을 분석하고 회사의 비전과 동국제강과 인터지스(물류)·동국시스템즈(IT)·페럼인프라(인프라 사업) 등 계열사의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역시 1996년 전역 후 전략경영실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았다.
장 이사는 글로벌 철강 시장 환경이 불확실성으로 뒤덮인 만큼 긴 호흡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단위 사업계획으로 운영되던 동국제강이 9개년 장기 사업 비전을 수립한 것도 그의 영향이 컸다. 장 이사는 지난 7월부터 전 사업장을 순회하며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비전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또 그는 계열사별로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토탈 솔루션 물류기업', '최고 경쟁력의 그룹 인프라 컴퍼니' 등의 비전을 수립했다. 그 전에는 동국제강만 비전이 정립돼 있었다.
신재생에너지·게임… 새먹거리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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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세아창원특수강 현장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세아홀딩스 |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의 사장 진급 여부도 관심사다. 이태성 부사장은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2대 회장의 장남이며 이주성 부사장은 현재 세아그룹을 이끄는 이순형 3대 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1978년 동갑내기 사촌으로 2017년 말 세아그룹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함께 승진했다.
이태성 부사장은 세아홀딩스 지분 35.12%를 보유하고 있다. 이주성 부사장도 세아제강지주 지분 21.63%를 보유해 아버지인 이 회장(11.95%)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두 사람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보유한 만큼 올해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외유내강'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겸허', '배려', '경청'을 중시한 가정교육을 받아왔다. 지금도 직원들의 의전을 싫어하고 진솔한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내 문화행사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가족들과 매번 참석하고 있다.
경영에서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주성 부사장은 신재생에너지 태스크 포스(TF)를 구성해 일선에서 직접 진두지휘했다. 세아제강지주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스, 오일 등 전통 에너지향 비중이 높다고 판단했다. 최근 모노파일 공장 구축 업무협약(MOU)을 영국 정부와 체결한 것도 TF의 성과다. 이 TF팀은 현재 사업부로 확장해 신재생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태성 부사장은 올해 초 알루미늄 소재 회사 알코닉코리아를 인수하며 특수 금속소재분야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본업 외에 콘텐츠, 벤처기업, 리츠 등 투자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는 6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투자전문회사 아이언그레이를 통해 싱가포르 벤처기업, 미국 게임제작사 등 젊은 나이에 걸맞는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미국의 자산운용 및 관리 업체 아이스버그 아이언그레이 주식 200주를 22억4400만원에 취득했다. 철강이 수요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업인 만큼 철강의 지속가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안전한 자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세아홀딩스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73.6% 급감했다. 같은 기간 세아제강지주의 영업이익은 8%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