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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 간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 원종현이 두산 최주환을 삼진 처리하는 순간 모든 NC 선수가 환호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로 달려 나갔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도 함께였다. /사진=뉴스1 |
“제9구단을 창단하고 싶다.” 2010년 12월 한 게임업체의 대표이사가 KBO에 이 같은 내용의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10년 만인 2020년 11월24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일궈냈다. 업계에서 소문난 ‘야구 덕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NC 다이노스 구단주)의 이야기다.
11월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 간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 원종현이 두산 최주환을 삼진 처리하는 순간 모든 NC 선수가 환호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로 달려 나갔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도 함께였다.
특히 김 대표는 이날 선수단에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에서 ‘레어템’으로 통하는 ‘집행검’ 모형을 선사하며 웃음을 안겼다. 과거 ‘풀강’(최고 레벨로 강화한 무기라는 뜻)한 집행검의 가격은 무려 ‘억’ 단위에 달해 집 팔아서 사야 할 정도로 비싸다며 집‘판’검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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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 리니지에서 ‘레어템’으로 통하는 ‘집행검’. /사진=NC다이노스 제공 |
한국시리즈 MVP에 뽑힌 양의지가 집행검을 뽑아들자 다른 NC 선수들 역시 한 손을 하늘로 뻗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해외 스포츠 매체도 NC다이노스의 세리머니를 주목했다. 'MLB닷컴'은 11월25일(현지시간) “KBO에서 우승하면 초대형 검을 받는다”며 집행검 세리머니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세리머니는 NC 선수단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측은 “‘삼총사’의 유명 대사인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 One for All)를 모티브로 검을 활용한 우승 세리머니 아이디어를 냈다”며 “이를 들은 엔씨소프트가 ‘강함’과 ‘승리’를 상징하는 모형검을 제작해 선물했다”고 설명했다.
NC 다이노스 성공 배경, 김택진의 ‘결단력’
우승 직후 김 대표는 “오늘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KBO리그에서 9번째로 출발한 우리 구단이 창단 9년 만에 우승을 이뤄냈다”며 “우승의 날을 만들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짧지만 강렬한 소감을 전했다. 초등학교 시절 일본 스포츠만화 ‘거인의 별’을 보며 야구의 꿈을 키웠던 그에겐 정말 만화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9년간 힘든 길을 걸어왔다. 창단 초기부터 구단을 어떻게 운영하냐는 지적에 휩싸였다. 구단 운영엔 매년 2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데 2009년 당시 엔씨소프트의 매출액은 6347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장병수 당시 롯데 자이언츠 구단 대표는 NC 다이노스를 향해 “여론몰이식으로 창단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야구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돈도 안 되는 구단을 왜 만드냐”며 주주의 반발도 심했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창단 발표 다음날 1만4000원(6.6%) 떨어진 19만80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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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NC 다이노스 구단주). /사진=머니투데이 |
그럼에도 김 대표는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할 수 있다”며 NC 다이노스의 성공을 자신했다. NC 다이노스의 성공 뒤엔 이 같은 김 대표의 과감한 투자와 결단력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지난 9년간 그가 야구단에 투자한 금액만 1500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2013년 10개 구단 선수들의 영상과 보고서를 태블릿 PC로 볼 수 있는 전력분석영상시스템 ‘D라커’를 개발하는 데 지원하고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태블릿PC를 한 대 씩 지급했다. 야구와 IT 기술의 접목은 NC 다이노스를 타 구단과 차별화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2018 시즌 후 “양의지가 필요하다”는 선수단의 의견을 반영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의지에게 4년 최대 125억원을 안기며 영입했다. 이는 역대 두번째로 많은 FA 계약액으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리니지 개발 위해 ‘집’ 팔았다
김 대표의 결단력은 엔씨소프트 운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잘나가던 현대전자를 퇴사하고 자본금 1억원으로 엔씨소프트를 창업하고 리니지를 개발하기 위해 집까지 팔았다는 건 김 대표의 결단력을 볼 수 있는 유명한 일화다.
우여곡절로 탄생한 ‘리니지’는 현재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효자 게임’이 됐다. 매출도 매 분기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852억원과 영업이익 21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1%, 68.9% 증가한 수치다. 특히 3분기 리니지M 매출은 2452억원으로 전 분기(1599억원)와 비교해 53% 늘어났다. 2009년 연매출을 한 분기에 벌어들인 것이다.
리니지의 성장과 함께 엔씨소프트 역시 넥슨·넷마블과 한국 대표 게임 기업 '3N'으로 자리 잡았다. 야구면 아구, 게임이면 게임. 손 대면 성공으로 이끄는 김 대표의 결단력이 추후 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