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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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내가 어렸을 적에 선생님께 맞을 때는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다!"
학교폭력을 일삼던 학생이 대들자 교사가 학생 뺨을 여러 차례 때린다. 다리를 걷어차고 3단봉으로 엉덩이까지 내려친다. 며칠 뒤 학교폭력을 당하던 학생이 교사에게 "덕분에 괴롭힘도 없고 요즘 같으면 정말 학교 다닐 맛이 나요"라고 말한다.

네이버 월요웹툰 1위 '참교육'의 일부 장면이다. 교사가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체벌을 동원하는 줄거리를 놓고 "통쾌하다"는 의견과 "불편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체벌로 일진 '참교육'?…학생들 "90년대냐" "통쾌"

웹툰 '참교육'은 체벌금지법으로 학생 지도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교권보호국을 만들고 소속 현장감독관에게 체벌을 허락한다는 설정이다.

청소년들은 이 웹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고등학생 권모양(17)은 "청소년이 쉽게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폭력을 미화해서 거부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권양은 "청소년이 받을 영향을 간과했고 폭력만이 학교 폭력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 일차원적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김모양(17) 역시 웹툰을 보고 "무섭다. 무슨 90년대를 보는 것 같아 별로였다"고 평했다.

반면 고등학교 3학년 B군(19)은 "교사가 가해자 학생을 때렸을 때 통쾌했다"며 "결국 체벌을 해서 가해자 학생이 더는 다른 학생들을 안 괴롭혔으니 잘된 것 같다"고 했다.

네이버웹툰 측은 '참교육'의 폭력성에 대한 지적에 "일부 자극적인 연출에 대해서는 매주 마감 전후로 제작사와 논의해 15세 이상 이용권장 안내를 적용하고 원고 수정 논의 등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폭력성이나 인권 침해적인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 구체적인 장면에 대해서는 원고 마감 전후 작가와 검토 및 수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웹툰 갈무리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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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헬퍼' 드라마 '펜트하우스'… 끊이지 않는 폭력성 논란

웹툰 폭력성 논란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재를 시작한 다음웹툰 '체벌교사'도 제목처럼 교권을 바로잡겠다며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내용이다. 최근 연재분에선 교사가 싸우는 법을 가르친다며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때리는 장면이 등장했다.

다음웹툰 관계자는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려는 게 아니라 학교폭력의 부조리한 현실을 보여주고 극복하는 전개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묘사가 나온 것으로 봐달라"라고 해명하면서 "독자 중에도 의견을 주신 분들이 있어서 앞으로 유념해서 작품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성인 이용 등급인 네이버웹툰 '헬퍼2:킬베로스'가 살해와 고문 장면을 지나치게 잔인하게 묘사하고 강간 장면까지 그렸다가 비판을 받았다. 결국 작가는 사과문을 내고 휴재에 들어갔다.

SBS드라마 '펜트하우스' 갈무리 © 뉴스1
SBS드라마 '펜트하우스' 갈무리 © 뉴스1

웹툰뿐 아니라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도 폭력성이 짙어지는 추세다.
지난 5일 시즌1이 끝난 드라마 '펜트하우스'에는 아버지가 자녀들을 고문실로 데려가 때리거나 미성년자 아이들이 다른 아이를 납치·감금하는 등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했다. 방영 첫 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청소년들의 모방범죄를 자극할 수 있으니 검열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정제재인 '주의'를 최종의결하고 시청 등급 조정을 요구했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부부의세계' 역시 폭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체불명의 괴한이 주인공을 폭행하는 모습을 가해자 시점에서 1인칭 게임처럼 보여줘 방통위에 민원이 쏟아졌다.

◇인기에 선 넘는 콘텐츠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 폭력적 콘텐츠가 늘어나는 경향에 대해 "어느 정도 폭력 수위가 있는 콘텐츠가 나오면 더 큰 자극이 오기 전까지는 자극에 둔감해지기 때문에 계속 수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폭력적인 작품이 인기를 끈 뒤에는 더 폭력적인 작품이 등장하는 셈이다. 실제로 폭력적인 콘텐츠 다수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올 때마다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 마지막 회 시청률은 28.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드마라 '부부의세계'도 마지막 회 시청률 28.4%를 기록했다. 웹툰 '헬퍼2:킬베로스'는 수백 개의 네이버 완결웹툰 중 인기 9위를 차지하고 있다.

폭력성 짙은 작품들의 인기 속에서 급기야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웹툰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웹툰 '참교육'과 '체벌교사' 댓글창에는 '솔직히 맞을 애들 많지' '작가님 교육부 장관 하시죠' '진짜 팰 거면 시원하게 패주세요' 등 대부분 긍정적 내용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와 있다.

정 평론가는 "폭력은 성적인 묘사보다 규제 기준이 강하지 않은 탓에 폭력 수위가 선을 넘고 있다"며 "표현 자체를 막기보다는 기준을 세워서 관람등급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네이버는 웹툰 '참교육' 1회에서만 15세 이상 감상을 권장하고 있다. 별도의 연령 인증 절차는 없다. 다음웹툰 '체벌교사'는 별도의 관람등급이 없다.

폭력의 정도보다는 그 내용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상민 만화평론가는 "폭력성이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성이 어떤 구체성을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웹툰 '참교육' 등이 문제가 된 건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도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는 내용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웹툰 플랫폼에 언제까지 이렇게 청소년의 권리를 짓밟는 내용의 웹툰이 연재되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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