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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6일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번호 유출 사건을 다뤘다. 사진은 오징어 게임 속 번호가 적힌 명함 모습. /사진=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 코리아’ 캡처 |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주인공 이정재가 의문의 남자로부터 받은 명함 속 전화번호가 그대로 노출돼 해당 번호 소유자에게 의도치 않은 전화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WSJ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남미 등 전세계 사람들이 해당 번호를 눌렀고 그 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큰 피해를 입었다.
해당 번호를 사용하고 있는 40대 남성은 하루에 4000통의 전화를 받고 있다. 그는 “나는 '오징어 게임'을 본 적도 없어 더 황당하다”며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잠도 못 잘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업과 관련 있는 번호라 쉽게 바꿀 수도 없다”며 “마지막 자리만 다른 번호를 사용하는 아내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겪은 미국, 전용 전화번호 제공… 한국은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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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는 전화번호 노출 피해를 막기 위해 555로 시작하는 번호 100개를 제공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
다만 전화번호 앞자리가 ‘555’로 획일화된 것은 콘텐츠에 대한 몰입감을 방해할 수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영화예술대학 코너 교수는 “영화 제작자는 관객들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요소를 넣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3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는 ‘555’ 번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 속 번호가 노출되면서 추후 DVD 버전에서는 그 번호를 ‘555’ 번호로 바꿨다.
현재 한국 정부 산하기관 영화진흥위원회는 콘텐츠 속 번호 노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일반 전화번호 4개, 이동전화번호 2개 등을 별도로 개통해 영화제작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전용번호 수가 너무 적고 스크린으로 개봉하는 영화가 아니면 드라마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해 제한적인 측면이 크다고 WSJ는 지적했다.
WSJ는 ‘오징어 게임’에서 노출된 번호로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에 대해 “문자 등 메시지로 대화하는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행동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해석했다. 기술전략컨설팅업체 액티비티의 마이클 J, 울프 최고경영자(CEO)는 “문자가 전화를 대체한지 오래됐다”며 “이번 전화 테러는 모순된 현대사회의 현주소(문자에 익숙하나 전화를 거는 모습)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