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1만보 걷기' 챌린지를 시행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매일 1만보를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진은 청계천 산책로를 걷는 모습. /사진=최다인 기자
기자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1만보 걷기' 챌린지를 시행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매일 1만보를 걷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사진은 청계천 산책로를 걷는 모습. /사진=최다인 기자
‘하루 1만보 걷기’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저렴한 비용에 다이어트와 체력 증진 효과까지 있어 가볍게 시작하는 운동으로 꼽힌다. 실제 개그우먼 정경미는 출산 후 1만보 걷기로 두 달 만에 7kg을 감량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습관형성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앱) ‘챌린저스’에 따르면 ‘하루 1만보 걷기 챌린지’ 누적 참여자가 2만명을 넘었다. 해당 앱은 도전을 시작하기 전 일정 금액을 걸고 성공 후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챌린저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도전 항목도 '1만보 걷기'다.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거나 가볍게 운동하고 싶은 사람에게 '걷기'는 가장 인기있는 운동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걷기는 ▲몸무게 감소 ▲전신 근력 향상 ▲골다골증 예방 ▲우울증 개선 ▲심장병 예방 등의 다양한 효과가 있다. '1만보 걷기'가 다이어트와 건강 증진에 효과가 있는지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언제 끝나지?” 갑자기 늘어난 활동량에 쏟아지는 막막함

일주일 평균 약 4000보에서 1만보까지 급격하게 걸음수가 늘었다. 사진은 지난 4일부터 10일 평균 걸음수(왼쪽)와 지난 19일부터 25일 평균 걸음수./ 사진=만보기 앱 'Pacer' 캡처
일주일 평균 약 4000보에서 1만보까지 급격하게 걸음수가 늘었다. 사진은 지난 4일부터 10일 평균 걸음수(왼쪽)와 지난 19일부터 25일 평균 걸음수./ 사진=만보기 앱 'Pacer' 캡처
기자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총 8일 동안 매일 ‘1만보 걷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정확한 걸음수를 측정하기 위해 만보기 앱인 'Pacer'을 설치해 사용했다. 챌린지를 시작하기 2주 전인 지난 4일부터 10일간 걸음 수를 앱을 통해 측정한 결과 평균 4987걸음이었다. 일주일 동안 총 3만4909걸음을 걸은 것으로 파악됐다. 2배가 넘는 걸음을 갑자기 늘릴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섰다.
첫날은 가볍게 집 앞을 산책하듯 걸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손발은 얼었고 얼굴은 시려웠다. 덜컥 시작한 운동은 맞지 않은 옷을 껴입은 듯 힘들기만 했다. 1만보가 언제 채워질지 측정기만 보면서 걸었다. 주변 풍경이 어떤지 둘러볼 새도 없이 추운 몸만 웅쿠리고 걷기 바빴다. 막막함과 함께 1만2000보를 채우고 첫날 챌린지를 마무리했다. 

출‧퇴근 시간 최대한 활용하기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니 금세 1만보를 채울 수 있었다. 사진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의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니 금세 1만보를 채울 수 있었다. 사진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의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2일차와 3일차는 퇴근길을 이용해 1만보를 걸었다. 개인 시간이 현저히 적은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운동해야 한다. 이날은 1만보 걷기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에서 기자의 집까지 걷기로 했다. 1시간15분 거리로 총 1만3000보를 걸었다.
회사는 을지로입구역 근처이며 집은 상왕십리역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지하철로만 다녔던 길을 쭉 따라 걸으니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과 높은 건물들의 화려함을 보는 것도 색달랐다. 해가 지면서 붉었던 하늘이 파랗게 변하는 장면도 한껏 즐겼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을지로3가역을 지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신당역‧상왕십리역까지 지하철 안내로 듣기만 했던 역들을 도보로 걷는 재미도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서울의 거리를 누비면서 집으로 향하는 것은 지하철에 축 처진 몸을 맡기고 가는 것보다 더한 감흥이 있었다.

“코스 바꾸기‧앱테크” 무료한 걷기에 주는 활력

같은 코스를 걷는 것에 권태감을 느껴 남산타워나 서울숲 등 다양한 장소를 찾았다. 사진은 남산타워(왼쪽)와 서울숲. /사진=서지은 기자
같은 코스를 걷는 것에 권태감을 느껴 남산타워나 서울숲 등 다양한 장소를 찾았다. 사진은 남산타워(왼쪽)와 서울숲. /사진=서지은 기자
같은 코스로 걷기만 하다 보니 약간의 권태감이 왔다. 4일차 결국 6271걸음으로 1만보 걷기에 실패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도저히 걷기를 지속할 수 없었다. 밀려오는 권태감을 극복하기 위해 조금 더 색다른 장소를 찾거나 앱을 이용해 재미를 추가했다.
챌린지 후반기인 5일차에는 퇴근 후 남산으로 향했다. 회사 앞 정류장에서 4번 버스를 타고 남산에 도착해 그 주위를 걸었다. 반짝이는 건물들이 펼쳐진 남산의 야경과 버스킹하는 사람들을 보니 눈이 즐거웠다.

주말이었던 6일차에는 아침 일찍 나와 서울숲을 걸었다. 서울숲은 산뜻한 가을 날씨를 즐기기 위해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붉게 물든 낙엽과 조금씩 부는 바람이 걸음을 가볍게 했다. 서울숲을 빙 돌고 성수까지 찍으니 1만보가 채워졌다.

7일차와 마지막날은 ‘앱테크’를 이용해 걷기의 동기를 부여했다. 앱테크는 앱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재테크 방식을 뜻한다. ‘캐시워크’ 앱은 100걸음에 1캐시를 받을 수 있다. 모은 포인트는 카페, 화장품, 치킨 등으로 교환 할 수 있다. 1만보를 걸으니 하루에 100캐시 정도 받을 수 있었다. 걷는 것이 무료해질 때는 코스를 바꾸거나 앱테크를 이용해 재미를 추가했다. 

걷기 효과를 높이려면?




1만보 걷기 전후로 체성분검사를 한 결과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근육량은 미세하게 증가했다. 사진은 인바디 체중계로 1만보 체험 전(위쪽)·후의 체성분 검사를 한 결과. /사진=서지은 기자
1만보 걷기 전후로 체성분검사를 한 결과 체중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근육량은 미세하게 증가했다. 사진은 인바디 체중계로 1만보 체험 전(위쪽)·후의 체성분 검사를 한 결과. /사진=서지은 기자
1만보 걷기 챌린지를 한 결과 오히려 체중은 미세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근육량에는 변화가 있었다. 1만보 걷기를 시작하기 전 인바디 체중계로 체성분 검사를 한 결과 ▲체중 47.0kg ▲근육량 19.2kg ▲체지방량 11.3kg이었다. 8일 후 다시 측정한 결과 ▲체중 47.2kg ▲근육량 20.0kg ▲체지방량 9.9kg 이었다. 근육량은 일주일 만에 0.8kg(800g) 증가했다. 특히 마지막날 인바디 결과를 보면 근육량은 왼 다리(5.90kg) 오른 다리(5.82kg)로 하체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심리적 안정감도 ‘걷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혼자 걷는 시간이 늘다 보니 미뤄왔던 고민들을 꺼내볼 시간이 생겼다. 어떤 날은 음악을 듣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하면서 걸었다. 바쁜 하루를 보낸 후 1만보 걷기를 할 때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동에서 10년 동안 헬스장을 운영한 트레이너 A씨는 꾸준히 정확한 자세로 걸어줘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걷기는 꾸준히 오랜기간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식단 관리와 다른 근력 운동을 동반해야 다이어트 효과 등을 크게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걷기로 체력을 증진하고 싶다면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며 “보통 걷기 속도가 2~3km로 권장되는데 기간을 두고 조금씩 속도를 높여보는 것을 추천하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를 높이면서 가볍게 주먹을 쥐고 팔을 일정하게 흔들며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