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영 인크루트 대표이사 /사진제공=인크루트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이사 /사진제공=인크루트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기업과 산업의 생태계, 직업의 모습까지, 삶의 여러 분야를 바꿔놓은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2년 4개월 만에 다시 대전환을 맞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기는 힘든 상황. 비대면 일상과 업무는 '글로벌 뉴노멀'이 될 것이란 일부의 시각도 있으나, 전통적인 방식의 비즈니스 역시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1998년 설립된 국내 1세대 구인·구직 사이트 인크루트는 '사람과 사람' '기업과 인재'를 연결하는 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채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벤처붐 시대에 이름을 떨쳤던 수많은 스타트업이 급변하는 IT 환경에 경쟁력을 잃고 사라져갔지만, 인크루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넘기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크루트 공동 창업자로서 설립 20년 만인 2018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서미영(48·사진) 대표이사는 기업과 인재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해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외환위기 구직활동의 장벽이 인크루트 탄생 비화

서 대표가 인크루트를 창업하게 된 배경은 아주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됐다. 1997년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서 대표는 졸업 직후 첫 직장인 한화경제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이듬해 외환위기 구조조정이 닥쳤다. 다시 구직 활동을 하던 서 대표에게 높게 느껴진 장벽은 다름 아닌 '정보'의 제한이었다.

"인터넷으로 구직 정보를 보려면 50원, 100원을 내야 했다. 그래서 공동 창업자인 이광석 의장에게 인터넷 공간의 기업 정보 인프라를 만들어보자고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현재 인크루트의 시초가 됐다."


이공 계열을 전공한 이 의장은 재학 당시 검색 사이트를 개발한 경험이 있었다. 서 대표와는 연세대 캠퍼스 커플로 만나 현재는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를 둔 남편이다. 서 대표는 "말하자면 최초의 인크루트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의식에서 시작됐다"며 "당시가 벤처붐 시대긴 했지만 플레이어가 적다 보니 트래픽이 쉽게 발생했고 광고 의뢰가 올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사업자 등록도 안된 상태에서 광고 의뢰를 받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했고 회사를 설립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법인으로 확장하는 과정에 자본금이 필요해 투자 유치도 해야 했다.

"인크루트 채팅방에서 사용자들과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대학로에서 벙개(채팅에서 만난 사람과 실제 대면함)도 했다. 그때 만난 인연이 회사에 입사해 한 배를 탄 동료도 됐다. 법인을 세우려면 자본금 5000만원이 있어야 했는데 채팅방에서 만난 실리콘밸리의 한인 사업가가 3500만원을 빌려줬다. 그때는 투자 유치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그냥 돈을 빌린 것이었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는데 그게 회사여야 했다."

"완전한 비대면 업무 어려울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던 기업들의 업무 정상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2년 넘게 재택근무에 적응해온 직원들은 사무실 복귀가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서 대표는 "그동안 스타트업과 전통기업 사이에는 인재 유치 경쟁이 없었는데 점점 채용이 어렵다 보니 스타트업도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페이는 물론 근무환경을 놓고도 경쟁한다. 사람이 있어야 기업도 돌아가므로 인재가 원하는 근무환경으로 바꾸려다 보면 전통기업이나 중소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사람의 경험을 거스르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업종별·규모별·기업별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비대면이 글로벌 뉴노멀로 발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해진 내용을 공유하거나 단순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는 줌이 가능하나, 아이디어 회의에선 비대면의 한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원격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다. 국내 IT기업들이 새로운 형태의 근무제도를 고민하는 이유다."

실제 SK텔레콤은 본사나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중에 직원이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주 3일 사무실 출근이나 전일 원격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업과 인재에 '기회' '기술' 제공하겠다

기성세대에 직업의 의미는 자아실현의 도구이자 시드머니를 모으기 위한 재테크 수단이었다. 하지만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엄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직업에 대한 태도도 과거와는 달라졌다.

서 대표는 "생계적 수단이나 일을 통한 자아실현이 아니라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 확보, 자본 축적의 목적이 강해져 자신의 삶을 일에 매몰시키지 않는 것이 현세대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부업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고 노동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고용계약 없이 기간 설정과 필요한 인력만 활용할 수 있기에 효율적인 인력관리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인크루트 설립 이후 지금까지 경영 철학은 '일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회를 제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비대면 시대에는 이 가치를 어떻게 유지할지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채용과 '메타버스'를 접목시켜보자는 아이디어가 탄생했고 '인크루트 메타'를 론칭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서 메타버스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서 대표는 "앞으로 채용시장은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온라인 채용 솔루션이 '채용 디지털화'와 '채용 온라인화', '하이브리드 채용' 등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일과 사람을 '기술'로도 연결하는, 즉 채용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IT기업으로 발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도 연결된다.

AI 테스트·인터뷰 서비스 상용화

4차 산업혁명의 태동으로 온라인 채용은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 됐다. 인크루트가 다른 서비스들과 차별화한 부분은 온라인 지원 신청 이후의 전 과정에 비대면화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중 심혈을 기울인 서비스는 인공지능(AI) 프록터(감독) 시스템이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육군 부사관 진급시험에 적용하고 있다. 영상을 이용한 AI 면접 서비스는 5~6월 출시될 예정이다.

"기업이 먼저 커뮤니케이션을 요청하고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해진 시대에는 한 회사가 복잡한 채용 절차를 스스로 감당하기가 어렵다. 전문회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이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곳에서 모인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채용 협업'의 시대가 됐다."

서 대표는 "모집과 선발, 계약, 지급, 신고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고 기업과 개인의 종속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객체로서 업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서비스 목적을 설명했다. 이는 대규모 정기공채 방식뿐 아니라 소규모 수시·상시 채용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인크루트의 신규 서비스 가운데 '인크루트웍스'와 휴먼클라우드 플랫폼 '뉴워커'는 정보관리 업무의 자동화뿐 아니라 AI 인·적성, 직무능력 검사와 모바일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 등도 가능하다. 두 자녀를 키우는 부모이기도 한 서 대표는 "우리가 보는 현재적 관점이 아니라 자녀 세대가 노동시장에 나오는 미래에는 한국도 다른 반열의 국가가 될 것이고 자동화가 상상 이상으로 진행돼 인간이 로봇과 싸워야 할 텐데 과연 싸움이 될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동의 TO(Table of Organization)와 가치가 줄어들면 기본급 역시 하락하고 생계를 해결할 만큼의 돈을 벌 수 없게 될 것이다. 직업은 더이상 생계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삶을 향유하는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게 됐다. 좋아하는 캐리커처만 그리면서 길에서 하루 2만원을 벌어도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국가'라는 스폰서가 있어서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와야 한다."


[프로필]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이사
▲1974년 1월19일 출생 ▲1992년 성화여고 졸업 ▲1995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7년 연세대 정치학과 석사 ▲1997~1998년 한화경제연구원 특수연구센터 연구원 ▲1998년 인크루트 공동창업 ▲2001~2004년 명지대 겸임교수 ▲2004년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2004년 '프로페셔널 숨겨진 2%' 저술 ▲2018년 인크루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