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를 차별하는 내용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국내 완성차업체를 차별하는 내용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정부가 국내 완성차업체들을 차별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미국 정부와 협의해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법이 통과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과 오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고려할 때 법안이 개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8일 정부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백악관 및 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등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선 협의에 나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힌 버디 카터 공화당 의원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에 대한 세액 공제가 핵심이다.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약 550만원), 신차는 7500달러(약 1000만원)가 각각 공제된다. 국내 완성차업계와 정부가 해당 법안에 우려하는 이유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세액 공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우려를 인정하고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법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법안 수혜 대상을 북미산 전기차로 한정한 이유는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인데 미국이 이를 양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 선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간 선거는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법안 개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대한 법 중 하나"라며 법안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법안에 반대한 공화당 의원들을 기억하라"며 민주당의 지지를 결집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상·하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받은 법인데다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법안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법안 시행 유예라도 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무력화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50대50 정도로 찬반 의견이 갈린다"며 "정부가 법안 유예나 개정에 성공하기 위해선 이 법을 반대하는 세력들을 포섭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