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에 업종별 희비가 엇갈린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 상승에 업종별 희비가 엇갈린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사진=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2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두 차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으나 인플레이션이 누그러들지 않아서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에서 3.00~3.25%로 인상됐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오르자 22일 원/달러 환율은 13년6개월여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연준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해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22.7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산업계의 반응이 갈리고 있다. 통상 수출·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는 업종은 환율 상승을 호재로 보지만 핵심 원재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부담을 느낀다.

수출 기업이 많은 반도체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4~6월) 메모리 반도체 분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영향으로 환율을 꼽았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낸드와 D램 모두 비트그로스(메모리반도체 공급 증가량 단위)를 하회했으나 판가 유지와 달러 강세 영향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자동차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 2조9798억원을 기록했는데 환율 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있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우호적인 환율 환경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반긴다. 건조대금을 달러로 받는 조선업체들은 통상적으로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한다.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한 후 공정 단계에 따라 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계약 당시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우려한다. 철광석 등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철강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를 비싸게 사올 수밖에 없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제품값을 많이 올려 추가로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도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해외에서 원유를 사올 때 달러로 대금을 지불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며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수출해 손실을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반기지 않는다.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를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 항공업계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