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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서 한국 경제에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3고(高)에 더해 저성장이 닥치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밀려올 것이라는 우려다.
22일 미 연준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25~2.50%에서 3.00~3.25%로 한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섰다. 이례적인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단행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미 워싱턴 DC의 연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본격적으로 떨어진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준은 지속해서 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오는 11월 0.75%포인트, 12월 0.50%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미국 최종금리가 5.0%에 달할 것이라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망도 나왔다.
환율 상승→수입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자극
이처럼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도 복합적인 충격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우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이로 인해 수입물가가 뛰면서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년6개월만에 1400원을 돌파했는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올해말 1500원 선을 뚫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면 에너지·원자재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선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7월 6.3%에서 8월 5.7%로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무역수지 적자는 더 커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1억달러 적자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뚫으면서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무역적자가 반년 동안 이어지는 건 25년만에 처음이다.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2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해 결국 IMF 외환위기를 맞은 바 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에 따른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저성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에 한국은행 역시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해 다음달 빅스텝에 나서게 되면 금리가 올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즉 가계의 실질 소비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급증으로 인해 침체 국면에 있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세도 가팔라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3%로 지난 4월(2.5%)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1일 2022년 아시아경제전망 수정치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6%로 7월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2023년 성장률은 2.3%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19일 '2022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률을 2.7%에서 2.8%로 소폭 올린 반면 내년 성장률은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은 2.2%로 잡았다.
정부는 대책 마련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앞으로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주요국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진단하겠다"며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 금감원 등 경제팀은 긴밀한 공조 하에 '넓고 긴 시계'를 견지하며 현 상황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