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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이 올해 1~3분기(1~9월) 실적 부진을 겪었으나 김교현 부회장은 연말 인사에서 유임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해소에 롯데케미칼이 앞장선 공(功)이 높게 평가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 부회장의 유임은 유력해 보이지만 내년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롯데케미칼 실적 전망은 어둡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3분기 매출 16조7802억원, 영업손실 36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늘었으나 적자 전환은 피하지 못했다.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원가)가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등 석유화학 업계가 침체된 영향이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신사업 추진이 미진했던 것도 실적 악화 배경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기업인 LG화학과 한화솔루션은 각각 배터리 소재와 태양광 사업 등에 집중해 올해 1~3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 부회장은 롯데케미칼 실적 악화에도 유임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건설을 비롯해 그룹 재무 상황을 롯데케미칼이 오롯이 책임진 공로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총 5876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 연결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 지원금(3000억원)까지 합치면 약 9000억원에 달한다. 호텔롯데(861억원), 롯데홈쇼핑(1000억원), 롯데알미늄(199억원) 등 롯데건설을 지원한 다른 계열사들과 비교해 롯데케미칼 지원 규모가 가장 크다.
2조7000억원 규모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앞둔 것도 김 부회장 유임 주장에 힘을 싣는다. 김 부회장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진두지휘한 만큼 인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뤄줄 것이란 시각이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0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지분 53.3%)을 체결했고 현재 인수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내년도 롯데케미칼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시작된 석유화학 업계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0월 '2023년 일반산업 전망'을 통해 "석유화학은 원가 상승에 이어 전방 산업 부진으로 침체를 지속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올해 대비 10.0%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화학 제품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1월 중순 들어 2만명 안팎을 기록하면서 방역 조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1월7일 '2023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원가 부담이 높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 중국의 공급 증가가 겹쳐 석유화학 업계가 삼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