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8주차에 접어들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던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병동 곳곳이 불이 꺼져 있다. /사진=뉴스1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8주차에 접어들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던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병동 곳곳이 불이 꺼져 있다. /사진=뉴스1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이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경영난으로 비상운영체제에 선언한 데 이은 조치다. 이번 사태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건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8일 직원들에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고 공지했다. 올해 12월31일 기준 50세 이상이면서 근속기간이 20년 이상인 직원들이 그 대상이다. 대상에서 의사는 제외됐다. 희망퇴직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신청받아 다음 달 31일부터 시행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비상운영(경영)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일반직 직원 중 자율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며 "희망퇴직은 병원 운영과 상황에 따라 필요시 시행되어 왔으며 2019년과 2021년에도 시행된 바 있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15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병동과 수술장을 통합하고 간호사 등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최대 100일까지 늘렸다. 최근에는 긴축 대상을 의사에까지 확대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소속 교수들에게 지난 3일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 동안의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원이다. 정부가 수가 인상을 통해 이 기간에 지원한 규모는 17억원에 불과하다"며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순손실은 약 4600억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는 단체 메일을 보냈다.


전공의 집단 이탈이 8주차에 접어들며 대형병원들은 매일 수억 원에서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 집단행동으로 진료와 수술이 줄었는데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도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무급휴가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의료현안 관련 상황대응위원회 위원장은 "지금 위기를 겪는 병원이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 수련병원은 당장 다음 달 직원 월급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2월16일부터 지난달까지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의 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의료 수입은 4238억3487만원 감소했다. 각 병원당 평균 84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10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의 의료수입액 감소 규모는 평균 224억7500만원으로 전공의 비율이 높은 '큰 병원'일수록 손실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중심의 인력 구조가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병원들은 저수가(낮은 의료비용) 체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왔다. 전공의들은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 '빅5' 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임금 삭감, 구조조정은 물론 최악의 경우 병원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질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