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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큰 그림이 흐트러질 상황에 놓였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묶어 '스마트 머신' 전문 기업으로 키우려는 계획이 일반 소액주주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를 통해 그룹 내 입지를 다지려던 두산가(家) 4세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사장의 야심찬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두산그룹은 사업 부문을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정리하면서 부문별 시너지 창출 목표를 밝혔다. 이 중 스마트 머신 부문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력 자회사 두산밥캣을 인적분할, 비상장사를 만든 뒤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며 개편 구도가 완성된다.
합병 논란의 중심은 '기업 가치 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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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이른바 '두산밥캣 방지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상장기업 간 합병 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산술 평균화해 기업 합병 가치를 매기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을 1대 0.63으로 정했는데 두산밥캣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두산은 현행법에 맞춰 비율을 정했다는 입장이지만 두산밥캣 주주들은 "주식 가치가 침해당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액 9조758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기록한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530억원, 영업손실은 192억원에 달했다.
논란의 시작은 두산그룹이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적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는 계획에서 불거졌다. 이번 개편안으로 두산 오너 일가는 별다른 자금 조달 없이 알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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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상장사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두산밥캣을 둘러싼 논란도 이 '비율' 때문이다. 시가총액만 놓고 보면 매출 530억을 내는 두산로보틱스와 10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두산밥캣이 5조원 안팎으로 큰 차이가 없다.
두산밥캣의 주요 외국계 투자사인 미국 사모펀드 테톤캐피탈의 션 브라운 이사는 한국거버넌스포럼에서 이번 개편안에 대해 '날강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을 관련업종 할증 등을 고려해 새로 계산해 보니 적정 비율은 '96대 4'여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오직 시가총액 기준이라 '49대 51'이 됐다"며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희석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두산그룹이 외국인 투자자 대상으로 그룹 컨퍼런스 콜을 통해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이사회는 시너지 효과에 대해 분석하지 못했고, 여러 보고서를 통해 결론을 내리자면 합산 매출액 2%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데 두산의 경우엔 매년 2000억원의 기대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두산밥캣은 지분가치가 절반쯤으로 희석되므로 1000억원 수준의 시너지를 기대하며 합병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배구조 개편 앞둔 현대차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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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평택시병)이 대표 발의하는 '밥캣 방지법'이 통과되면 상장사 합병 시에도 비상장사와 동일 기준이 적용된다. 회사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 각각 1(자산)대 1.5(수익)로 가중평균해 합병 비율을 정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기업 간 합병 시 대상 기업의 가치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앞둔 현대자동차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 지분 21.4%→현대차가 기아의 지분 34.2%→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5%를 보유하며 순환고리를 형성한다. 하지만 순환출자 연결고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충분히 보유하지 않아 지배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0.32%, 정몽구 명예회장이 7.19%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순환출자구조 해소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활용, 사업부를 분할하고 기업 간 합병 등을 추진하게 되는데 주가 기준으로는 현대글로비스 가치가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현대모비스는 낮은 가치 평가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을 때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안을 내놔야 한다.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과거 현대차의 지배구조 재편을 반대했던 것도 '기업가치의 잘못된 산정에 따른 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 때문이었다. 엘리엇은 회사의 지분을 직접 매입하며 기업 경영권을 노리는 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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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기업이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책정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7.23%를 보유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같은해 SK C&C와 SK 합병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1대 0.74였는데 당시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이 43.45%에 달한 SK C&C에 지나치게 유리한 비율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2022년엔 동원그룹 계열사 간 합병이 있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고 합병비율을 1:3.838에서 1:2.7로 변경하며 마무리됐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오너 일가 지분이 많았다.
이처럼 합병 시 기업 가치 산정에 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극단적으로 엇갈릴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천준범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는 "합병 계약을 협상하는 이사는 주주들이 정당한 합병 비율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자본시장법에서 합병 비율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고평가된 회사와 합병 시 올바른 비율인지 판단할 이사회의 검토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사의 충실 의무 규정을 넣어서 두산 사례처럼 무리한 거래를 막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