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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요양원에서 노인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해도 요양기관 지정 취소는 다른 입소자들의 부담 등을 고려해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2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지난 9월26일 A종합복지원이 서울시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의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1월 A요양원에 입소해 생활하던 B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의 현장 조사 결과 해당 요양원에선 B씨에 대한 신체적·방임학대가 있다 보고 은평구에 결과를 통보했다.
서울 은평구는 사전통지·청문 절차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A요양원에 장기 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통지했다. A요양원은 이에 불복해 이번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요양원은 "B씨에 대한 폭력행위 방지를 위해 주의·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보호와 치료를 소홀히 했다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요양원 측의 주장을 일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량권 일탈 남용 주장 등을 받아들여 A요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요양원이 한 교육 등 조치 일부는 B씨의 폭행 사망사고 방지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인정되나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요양원장이 주의·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할 수 있는 직접적인 공익은 요양원이 더는 운영되지 못하도록 제재함으로써 노인학대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요양원 지정을 취소할 경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법률은 일상생활을 홀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생활 안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요양원이 문을 닫게 되면 남아있던 입소자가 다른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재판부는 요양원 측이 이전에 의무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없고 피해자를 폭행한 요양보호사가 시작한 점, 요양원 문을 닫게 되면 80명에 달하는 입소자가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하는 점 등 심각한 불이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요양원의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다"며 "입소자들의 권익과 건강을 고려해 지정 취소 처분 대신 철회 명령이 적절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