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승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조승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올해 국내 공연계는 '별들의 귀환'으로 들썩였다. 전도연, 황정민을 비롯해 안은진, 문소리, 이희준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연극무대에 올랐다. 유승호, 이동휘 등 매체에서 활약하다 무대에 첫 도전장을 내민 스타들도 눈에 띄었다.

클래식 공연계에선 '임윤찬 신드롬'이 계속됐다. 임윤찬은 '클래식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영국 그라모폰상 2관왕에 이어 디아파종 황금상도 받으며 케이(K) 클래식의 위상을 높였다.


공연계 '큰 별' 김민기 전 학전 대표와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가 영면에 들어 공연계 안팎으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오는 2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에서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은 배우 안은진(국립극단 제공)
오는 2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에서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은 배우 안은진(국립극단 제공)

'별'들의 무대 행(行), 돌아오거나 도전하거나

올해는 스타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활동 반경을 넓힌 흐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신호탄은 전도연이 쏘아 올렸다. 지난 6월 '벚꽃동산'으로 2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해 화제가 됐다. 바통은 황정민이 이어받았다. 복귀작은 '맥베스'. 2년 만의 무대 행에 팬들은 환호했다.


오랜만에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산한 배우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사운드 인사이드'에서 영문학부 교수를 맡아 열연한 문소리, 2인 연극 '랑데부'에 출연한 박성웅·문정희, 천재 천문학자 역으로 7년 만에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로 복귀한 안은진 등 스타 배우들은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했다.

연극에 첫 도전장을 내민 스타들도 적잖았다. 지난 9월 폐막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유승호의 연극 도전작. 아역 배우로 데뷔한 지 24년 만에 무대 위에서 파격 연기 변신을 했다. 영화 '극한직업'의 이동희, 드라마 '굿파트너' 김준한도 연극 무대에 출사표를 냈다. 둘 다 내년 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리는 '타인의 삶'에 출연 중이다.

조승우도 데뷔 24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했다. 그가 택한 작품은 '햄릿'. 뮤지컬 분야에선 이미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그이지만, 연극은 처음이었다. 조승우의 출연 소식이 전해지자, 티켓은 전광석화의 속도로 전 회자 전석 매진됐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스타 배우들이 무대로 향하는 이유와 관련해 "제작비 상승 등으로 인해 영화 및 드라마 제작 편수가 감소해 배우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굉장히 줄어든 상황"이라며 "동시에 무대 연기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은 욕구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연극학과 겸임교수인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공연계에 부는 '스타 캐스팅' 열풍에 대해선 "연극·뮤지컬 프로덕션에도 스타 배우들의 출연이 관객층을 넓히며 활력을 주는 면이 있다"며 "다만,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기보다 작품성과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공연계의 생태계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피아니스트 임윤찬/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클래식계 노벨상' 수상 임윤찬, 뜨거운 인기

피아니스트 임윤찬(20) 신드롬은 올해도 계속됐다. 임윤찬은 지난 10월 '음악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영국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피아노 부문과 특별상인 '올해의 젊은 음악가' 부문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 어워드를 받은 건 임윤찬이 처음이다.

11월엔 프랑스의 클래식 음악 전문지 디아파종(Diapason)이 수여하는 '올해의 디아파종 황금상' 어워즈에서 '젊은 음악가' 부문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디아파종은 영국 그라모폰과 더불어 클래식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상으로 꼽힌다.

임윤찬 인기는 새해에도 뜨거울 전망이다. 이는 '피케팅'(피 튀기는 예매 전쟁)이 말해준다. 내년 3월 말 개막하는 '2025 통영국제음악제'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 58초 만에 '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이 매진됐다. 2초 뒤 임윤찬이 협연하는 공연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I' 표도 동났다.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으로 꼽히는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뉴스1 DB)2024.7.22/뉴스1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으로 꼽히는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해 온 가수 김민기.(뉴스1 DB)2024.7.22/뉴스1

'공연계 거목' 임영웅·김민기 별세

우리 공연계 거목들이 쓰러져 영면에 든 소식은 안타까움을 안겼다. 지난 5월, '한국 연극의 대부' 임영웅 극단 산울림 대표가 노환으로 입원 중 별세했다. 향년 88세.

임영웅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연출가다. 그가 연출한 이 작품은 1969년 초연 이래 50년간 1500회 이상 공연하며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임영웅이 사재 털어 1985년 개관한 소극장 산울림은 '학전'과 함께 국내 소극장 양대 성지로 불리며, 현대 연극의 '산실' 역할을 했다.

두 달 뒤인 7월, '민중 음악의 선구자' 김민기 전 학전 대표도 암 투명 끝에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1991년 개관한 학전(學田)은 설경구, 조승우, 황정민 등 굵직한 배우들을 키워낸 '든든한 텃밭'이었다.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평생 '뒷것'을 자처하며 후배 예술가들의 못자리가 되는 삶을 살았던 그는 그렇게 흙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