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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도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잇따라 하락했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은 대출 규제가 높고 고가 아파트들이 많아 현금 자산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지만 경기 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한 양상이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평형으로 분류되는 전용면적 84㎡(약 25평) 기준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5678가구·2008년 입주)는 지난해 12월 26억8000만원(24층)에 매매 신고됐다. 지난해 8월 27억원(14층)에 신고된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2000만원 하락했다.
강남3구 중 하나인 서초구도 실거래가 하락이 발생했다. 서초그랑자이(1446가구·2021년 입주) 84㎡는 지난해 12월23일 33억8000만원(24층)에 매매 신고됐다. 같은 달 4일 34억원(18층) 거래 대비 약 3주 만에 2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서초구 반포자이(3410가구·2009년 입주) 84㎡는 석달 만에 3억5000만원이 하락했다. 동일 평형이 지난해 11월 40억5000만원(21층)에 거래됐으나 이달 3일 37억원(22층)으로 하락했다.
강남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2023년 입주)는 지난달 19일 84㎡ 매매가 31억5000만원(17층)에 신고됐다. 지난해 7월 33억원(3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내린 가격이다. 저층 거래의 경우 통상 감정가가 낮아 이는 사실상 거래 가격의 하락 폭이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용산구 한가람아파트(2036가구·1998년 입주) 84㎡도 지난해 12월 23억원(18층)에 매매 신고됐다. 이는 4개월 전인 지난해 8월 23억2000만원(10층)에 거래된 것 대비 2000만원 하락한 가격이다.
'똘똘한 한 채' 수요 증가… 강남3구 한강변 아파트 '신고가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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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실거래가 하락 흐름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9월 12억5859만원에서 지속 하락해 지난해 12월 11억7781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더 내려 11억4924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4개월 전보다 1억원 이상 내려간 것이다.
지난해 9월 들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이 겹치며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수요보다 투자 성격이 강한 재건축 단지와 '똘똘한 한 채'로 통하는 신축 아파트들은 여전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2023년 입주)는 3.3㎡(평)당 가격이 최근 2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단지 전용 133㎡는 지난해 12월 106억원(2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동일 평형이 72억5000만원(25층)에 거래된 지 넉달 만에 33억5000만원(46.2%) 오른 것이다. 재건축 추진 중인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5단지 82㎡도 지난달 4일 34억7500만원(8층)에 신고가 거래가 발생했다.
실수요자 비중이 높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2014년 입주) 등에서도 상승 거래가 발생했다. 해당 단지 22층은 지난해 8월 20억원에 매매됐다가 지난달 5일 1억원 오른 21억원에 신고됐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비 12월 강남3구의 실거래가 평균 가격은 10.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마용성은 1.8%포인트 상승했고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3.0%포인트 하락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 연구원은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탄탄한 대기 수요로 호가가 높고 재건축 규제 완화 등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 투자 심리가 여전하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가격 상승 요인들도 있지만 고환율·고물가 장기화에 오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도 실시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주택시장 숨 고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