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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사고를 계기로 국내 항공사들이 기내 배터리 관리 규정 강화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항공사들의 자체 관리 규정은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다 실효성 있게 배터리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 도입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기내에서의 보조배터리 등 소형 전자기기 전자 기기 소지 규정을 보강하고 있다. 배터리를 선반에 보관하는 것을 막고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비롯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인스타항공은 보조배터리를 반드시 손에 쥐고 탑승하도록 내부 규정을 변경하고 관련사항에 대한 안내를 강화했다.
기내 선반에 보관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최초 발화 지점을 구분하기 어렵고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실내 리튬배터리 화재는 초기 진화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대응이 이뤄진다. 배터리를 승객이 직접 휴대할 시 발화 전 발열 현상 등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화재에 대응할 수 있다.
다만 항공사들의 자체 조치는 강제성이 없어 논란이다. 제주항공은 보다 실효성있는 관리를 위해 보조 배터리 관련 강화 규정에 대한 탑승객들의 동의 절차를 모바일 및 키오스크 체크인(수속) 단계에 추가했다. 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승객들이 배터리를 어디에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제재 수단도 없다.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승객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일반 화재와 달리 리튬 배터리 화재는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빠르게 주변 장치로 불이 확산되기 때문에 단일 원인을 특정하기 쉽지 않다. 특정이 되더라도 개인에게 배상책임을 묻기에 금액이 너무 크고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항공사의 관리부실 책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에어부산 화재로 전손된 기체 금액만 1200억원에 이른다.
항공사들의 컨트롤타워인 국토교통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항공사들은 제각각 진화용 장비들을 추가 도입하는 등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16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7의 기내 발화 사건 당시 델타항공이 도입했던 진화용 가방이 대표적이다. 진화용 가방은 벨크로나 지퍼로 산소를 차단해 불을 끄고 폭발 충격을 흡수한다. 현재 대한항공과 진에어만 진화용 가방을 구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가까운 시일내 도입할 예정이며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최근 화재사고로 배터리 관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항공산업은 국내법과 정부 기관 규제를 받는 산업인 만큼 국토부의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항공사들과 배터리 화재 방지를 위한 배터리 보관용 지퍼팩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는 4월 발표 예정인 항공안전 혁신 방안에 보조 배터리 기내 사용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보조 배터리의 정의, 책임소재의 범위 등 기준 설정이 모호한 부분이 많아 제도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