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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노후 전력시설 교체 등으로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의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은 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에 힘을 쏟는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2.9% 증가한 3조3223억원이다. 전력기기와 배전기기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34.5%, 34.8% 증가해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12.2% 급증한 6690억원을 기록했다. 전력기기 시장 호황으로 상승한 제품가격이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가운데 선별 수주를 통한 수익 개선 효과가 더해지며 수익이 크게 늘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수주 성과도 좋았다. 연간 수주액은 38억1600만 달러로 목표 37억4300만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수주잔고도 전년대비 28.8% 증가한 55억4100만달러를 기록했다.
LS일렉트릭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5518억원, 영업이익 389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7.6%, 영업이익은 20.0%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북미 중심으로 배전사업과 초고압 사업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8950억원, 영업이익 3625억원을 거뒀다. 효성중공업의 실적 역시 2023년보다 매출은 13.8%, 영업이익은 40.6% 늘어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실적 전망도 밝다. AI 데이터세너 신축에 따라 여기에 필수적인 전력기기 수요가 함께 늘어나고 있어서다. 전력기기는 AI 데이터센터 투자비의 8%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노후 전력장비 교체 수요 역시 전선업계 호재다. 업계는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와 AI 및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라 미국 내에서만 전력 수요가 2024년 8TWh에서 2030년 652TWh로 8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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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력업계는 수요 증가에 대응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6년까지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 증설에 3968억원을 투자한다. 투자 효과가 본격화하는 2028년부터는 최대 연간 매출액이 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 증설에 1600억원을 투입해 부산사업장 내 공장을 신축하고 KOC전기를 인수했다. 미국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마련한 첫 거점에 배전 시스템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현재 2000억원 수준인 생산능력은 올해 말 이후 8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 역시 1000억원을 투자해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시험 라인을 추가하고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창원 공장은 상반기 안에 증설 작업을 마친 뒤 하반기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멤피스 공장의 신규 설비는 내년 중 가동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멤피스 공장 추가 증설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대응 차원도 있겠지만 현지 추가 증설을 고려할만큼 공급자 우위 시장 구조가 굳건히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며 "증설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추어 수주도 늘려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확대는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도 한국산 변압기, 특히 초고압 변압기에 최대 60.8%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다만 현지 초고압 변압기 공급부족 현상을 고려하면 과도한 관세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관세 부담이 늘더라도 판매단가를 통해 구매자에게 전가하기 수월하다는 판단"이라며 "과도한 관세 부과는 미국 유틸리티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에도 부담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