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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수 대웅제약 대표가 올해 신년사에서 내건 '1품 1조'(제품당 연 매출 1조원) 비전이 위기에 놓였다. 비전 달성을 위해 주력 제품 중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글로벌 치료 시장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차질이 생겨서다. 대웅제약의 나보타 글로벌 치료 시장 진출을 맡은 미국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는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최근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면서 전략 추진에 문제가 생길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나보타 등 3대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개별 매출 1조원을 달성해 나가겠다"고 선포했다. 대웅제약의 핵심 제품인 나보타는 북미·유럽 미용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1864억원을 달성했다. 나보타는 지난해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에서 미용 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며 2위에 올랐다.
미용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나보타가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려면 치료용 시장 진출도 필수적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국내에서 주로 미용 목적으로 알려졌지만 해외에서는 절반 이상이 치료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세계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65억달러(약 9조4000억원) 규모로, 이 중 치료 시장은 53%(약 5조원)에 달한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글로벌 치료 사업을 위해 2019년 이온바이오파마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나보타(프로젝트명 ABP-450) 치료 적응증 임상에 주력해왔다. 이온바이오파마는 ABP-450을 ▲삽화성 편두통 ▲만성 편두통 ▲경부근긴장이상 ▲위무력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개발하고 있다.
악화일로 이온바이오파마… 대웅제약 "연구·개발 전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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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바이오파마는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로부터 상장 기준 미준수 통지서를 수령했다. 뉴욕증권거래소 규정에는 기업이 최근 3개년 중 2년간 지속적인 순손실을 냈을 경우 200만달러(약 29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210만달러(약 465억원)에 달하는 자본잠식에 빠지며 이를 준수하지 못했다.
자본잠식 외에도 추가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1500만달러(약 218억원) 이상, 주가는 1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 9일 종가 기준 이온바이오파마의 시가총액은 5345만달러(약 778억원), 주가는 0.71달러다. 이온바이오파마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72주를 1주로 통합하는 주식 역분할을 승인하며 주가 요건에 부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온바이오파마에 문제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웅제약은 이온바이오파마를 통해 나보타의 만성 편두통 임상 2상 연구를 진행했으나 지난해 5월 임상 2상을 중단했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이온바이오파마는 미국 애브비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략을 신규 추진했다. 현재까지 보톡스의 바이오시밀러가 승인된 사례는 전무해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치료제 시장 진입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의 안전성과 효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라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다양한 국가의 규제와 시장 환경을 고려한 전략을 통해 나보타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