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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이하 피케이밸브)의 최대주주인 STX가 전영찬 전 피케이밸브 대표의 해임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회사의 주장을 일체 부인했다.
STX는 경영상의 중대한 사안이 확인돼 전 대표를 해임했다고 26일 밝혔다. 정관 위반 및 절차적 문제와 IPO 준비 과정에서의 신뢰 저하, 미비한 IPO 추진 의지 등을 이유로 꼽았다.
피케이밸브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회의 소집은 최소 3일 전까지 통지해야 하고, 정기 주주총회는 3월 말까지 열려야 한다. 전 대표가 이끄는 이사회는 회의 소집 절차에서 발생한 문제를 만회하기 위한 기간 단축에 동의하지 않았다.
주총 일정이 불투명해지자 피케이밸브는 지난 15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오는 31일 주총 개최를 확정했다. STX 관계자는 "전 대표가 3월13일 이사회가 개최되지 못하게 한 것은 주주총회일 지정 안건 외에도 이사 추가 선임의 안건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전 대표는 결국 반대표를 행사했고 이사회 의사록에 서명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IPO 추진 관련 신뢰성 문제도 지적했다. 전 대표가 지난 2년간 상장 주관사 IBK투자증권이 작성한 실사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STX 관계자는 "IBK투자증권이 이사 추가 선임 필요성 및 감사 독립성 확보 등 주요 사항을 공식 보고서를 통해 여러 차례 권고했음에도 단일 사내이사인 전 대표는 이사회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며 "STX에도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배당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전 대표는 'IPO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배당 안건을 상정, 결의했다. 회사는 IPO 준비 과정에서의 배당은 한국거래소 가이드라인에 저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대주주인 STX는 배당에 대해 사전 공식적으로 공유받은 내용이 없으며 오히려 IPO 이후로 배당을 미루자는 의견을 냈다"며 "STX의 다른 모든 이사는 배당 의사 결정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했으며 IPO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STX는 전 대표의 해임이 IPO를 통한 피케이밸브의 성장과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임 과정 역시 이사회 결의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STX 관계자는 "전 대표의 이사회 및 주총 소집 절차 진행의 신뢰성 및 IPO 추진 의지에도 의문이 제기됐다"며 "임직원과 주주들의 이익 제고를 위해 대표이사 교체의 필요성이 부각됐고 해임 안건은 이사 전원의 동의로 가결됐다"고 했다.
STX는 2020년 10월 자회사 STX마린서비스와 STX 최대주주인 APC PE 등이 참여한 STX컨소시엄을 통해 흥아해운의 자회사였던 PK밸브를 인수했다. 컨소시엄은 경영권 포함 지분 37.37%를 169억원에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전영찬 대표 "회사의 일방적인 주장, 모두 사실과 달라"
전 대표는 ▲이사회 소집기간 단축 동의 거부 ▲의사록 서명 거부 ▲IPO 관련 보고 누락 ▲과다배당 의혹 등 회사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전 대표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주주총회 이전 이사회는 3인의 이사와 감사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의안 상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이사회게 세 차례 변경돼 3월15일에 이사회가 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 대표는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의안 내용이 변경, 추가되면서 이사회 운영에 혼란이 있었다고 했다.
전 대표는 이사회 소집기간 단축에 반대한 것이 문제될 것 없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다루는 이사회가 신뢰와 안정성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하는 만큼 충분한 숙고 없이 의안에 찬반 의견을 밝힐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사선임후속조치 안건의 경우 제목만 통지돼 있고, 의안설명서가 없는 사전 안건 미통지로 이사와 감사는 의안 내용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없었다고 전 대표는 주장했다. '이사선임후속조치'로만 기재된 안건의 제목만으로는 대표이사의 해임이라는 중요 안건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이사들이 사전에 알기 어렵고, 해임대상이 되는 대표이사의 방어권 행사 기회가 박탈돼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사회 개최 3일 전 통지 요건 등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선 이사회 소집 통지서를 발송한 박상준 이사에게 있다고 봤다.
STX가 제기한 이사회 의사록 서명 거부 의혹도 반박했다. 전 대표는 현재까지 이사회 의사록 서명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가 3월15일 이사회에서 전 대표와 감사가 반대한 의견을 삭제 혹은 축소한 채 회의록을 작성해, 모든 사람의 발언을 이사회 의사록에 기재하도록 요청했으나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전 대표가 STX에 피케이밸브 IPO 관련 보고를 생략했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전 대표는 상장 주관사의 의견을 반영해 박상준 이사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9월 임시주총을 통해 추가 이사 선임과 비상근 감사의 상근 감사 전환을 제안했고 추가 지시를 받아 박상준 이사에게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과다배당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STX가 주장하는 상장 전 과다배당의 문제는 상장 전 최대주주가 100%에 가까운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피케이밸브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약 41%에 그쳐 한국거래소 가이드라인이 상정하는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
최초 제시한 배당금액도 회사보유현금과 미처분배당가능이익과 2024년도 잉여현금흐름을 고려, 최소한으로 결정해 지난 3월4일 승인받았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전 대표는 "STX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이사회 운영 혼선과 불투명성은 IPO 심사 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더욱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것 또한 심사청구에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