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LS그린링크 착공식에서 글렌 영킨(Glenn Youngkin) 버지니아 주지사, 구본규 LS전선 대표, 릭 웨스트(Rick West) 체사피크 시장(오른쪽 5번째부터)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S전선

미국이 글로벌 전력망 시장의 새로운 요충지로 떠오르면서 LS그룹도 현지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심 계열사 LS전선과 LS일렉트릭 모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생산기지 확장에 나선 동시에 굵직한 규모의 수주를 따내며 시장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9일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북미 전력 장비 시장은 올해 기준 331억6000만 달러(약 46조3100억원)에서 2030년 420억6000만 달러(약 58조7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약 5%씩 성장하는 셈인데, 전력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증설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실제로 미국 내 대형 변압기의 70%는 평균 수명인 25년을 초과해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은 2028년까지 11%로 추정되며, AI 데이터센터까지 포함 시 증가율은 26~36%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도 전력 인프라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력망 복원력 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 ▲송전 원활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송·배전 기술 솔루션 약 25억 달러(약 3조4900억원), 스마트그리드 30억 달러(약 4조1900억원), 그리드 혁신 50억 달러(약 6조9800억원) 등의 정책 자금을 배정했다.

LS도 시장 변화에 대응해 미국 내 전력 인프라 사업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LS전선은 지난달 29일 미국 버지니아주에 약 1조원을 들인 미국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자회사 LS그린링크를 통해 진행한 투자로, 2027년 3분기 완공 및 2028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공장은 39만6700㎡(약 12만평) 부지에 들어서며, 연면적은 약 7만㎡ 규모다.


생산 설비에는 201m 높이의 VCV(수직연속압출설비) 타워와 전용 항만시설 등이 있다. 이를 통해 HVDC(고압직류) 해저케이블 생산, 운송, 공급까지의 과정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된다. 미국 내 해저케이블 생산 인프라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현지 조달 확대와 공급망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다.

최근에는 또 다른 자회사 LS에코에너지와 중전압급 알루미늄 전력 케이블을 처음으로 공급했다. 해당 케이블은 캘리포니아·뉴저지·인디애나 등 미국 전역의 태양광 발전단지 전력망 구축에 사용된다. 미국이 중국산 케이블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LS전선의 시장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S일렉트릭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배스트럽시에 'LS일렉트릭 배스트럽 캠퍼스' 준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준공식에서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환영사를 하는 모습. /사진=LS일렉트릭

LS일렉트릭도 지난달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생산과 연구, 설계를 총괄하는 '배스트럽 캠퍼스'를 준공하고 생산능력을 확대 중이다. 2023년 부지와 부대시설을 확보했으며, 이후 건물 증축과 리모델링 등을 통해 생산 설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왔다. 2030년까지 2억4000만달러(약 3350억원)를 추가 투자해 생산 시설을 확충할 예정으로, 앞으로 회사의 북미 사업 거점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배스트럽 캠퍼스 이외에도 유타주 시더시티에 위치한 배전시스템 생산 자회사 'MCM엔지니어링Ⅱ'을 양대 거점으로 삼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정부의 관세 압박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3월에는 북미 메이저 빅테크 기업과 1600억원 규모의 전력 솔루션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해에 이어 빅테크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미국 내 전력 솔루션 사업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미국 법인(LS일렉트릭 아메리카)을 중심으로 북미 전역에 구축된 자체 유통망과 신속한 A/S 인프라를 통해 고객 요구에도 빠르게 대응 중이란 평가다.

양사는 견조한 북미 수요와 현지 투자를 바탕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최근 AI 열풍과 함께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선업계도 호황기를 맞이했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실적은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도 "현재 해당 업계는 미국 내 전력 인프라 노후화, 데이터센터 증설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슈퍼사이클을 탄 상태"라며 "관세라는 변수가 존재하나 당사 품목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합리적인 조정이 기대되고 실적도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