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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퓨처엠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탈(脫)중국' 행보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도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총 1148만3000주를 발행할 계획이며 예정발행가는 9만5800원이다. 확정 금액은 기준 주가에 할인율(20%)을 적용해 오는 7월16일 결정된다.
포스코퓨처엠의 유상증자는 부채 상환이 아닌 운영자금과 투자에 전액 투입된다는 점에서 타 기업의 유상증자와 차이가 있다. 운영자금 2884억원은 전구체 공장의 원료 구매 등에 사용된다. 시설자금은 정비 및 경상에 1178억원, 광양 양극재 공장에 632억원이 쓰인다.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과 구형 흑연 법인 지분 취득에도 각각 3534억원, 2773억원이 투자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중국에 치우친 이차전지소재 공급망을 다양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희토류 수입 중 82.5%가 중국산이었다. 인조흑연(97.9%), 천연흑연(87.0%), 수산화리튬(83.4%) 등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이차전지소재 탈중국화도 거세지는 추세다. 한국 배터리의 최대 고객인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중국산 부품·광물 사용 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넣어 공급망 변화를 압박했다. 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핵심 광물 공급망 지배력 남용을 조사하는 행정명령을 개시한 데 이어 대규모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포스코퓨처엠도 국제 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각종 대응책을 마련했다. 포스코그룹의 역량을 바탕으로 원재료 채굴부터 정제, 가공, 최종 양극재·음극재 생산까지의 전 과정에서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이 음극재 중간 원료인 구형 흑연의 국내 생산을 위해 신설 법인을 출범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결과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카본신소재주식회사(가칭) 신설법인 설립을 위해 3961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산 천연흑연 원료인 구형 흑연을 들여와 완제품인 음극재를 만들어 왔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포스코그룹은 흑연 광석(원소재)부터 구형 흑연(중간재), 음극재 최종 제품 생산까지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게 된다.
문제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실적이 꺾인 가운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3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전방 시장 침체로 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엔 4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회사가 유상증자에 나선 만큼 재무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포스코퓨처엠은 전방산업 업황 둔화 영향으로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반되며 재무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됐다"며 "이번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으로 재무구조 및 향후 투자자금 소요 대응력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의 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는 유상증자에 5256억원을 출자해 지분율(59.7%)만큼 회사에 배정된 신주 100%를 인수한다. 시장에 추가 유통될 주식 수는 370만2000주로 기존 주식의 4.8%에 그친다.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2 Core + New Engine' 전략으로 회사의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차전지소재 부문에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중국산 의존에서 벗어난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단 역시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국내외 양·음극재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함으로써 중장기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질 것"이라며 "미래 시장 선점과 함께 안정적인 사업 파트너로서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