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하(카타르)=뉴스1) 안영준 기자 =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탁구선수권에는 선수지만 선수가 아닌 이들이 있다. 바로 대표팀 훈련 파트너로 선수단과 함께하는 임유노(국군체육부대)와 김가온(한국거래소)이다.
이들은 선수들의 훈련 상대 역할을 하며 보이지 않는 큰 공을 세웠다.
단순히 공을 받아만 주는 게 아니다. 한국 선수들이 만나게 될 상대의 특성을 공부해 그와 비슷한 전형과 기술을 써, 미리 예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왼손잡이 임유노는 "'가상의 상대'가 되는 게 우리 역할이다. 실력은 실제 선수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최대한 비슷한 스타일로 따라할 수 있다"며 웃었다.
예를들어 임종훈-신유빈 혼합복식 조가 린윤주-쳉이칭(대만)과 상대하기 전, 임유노는 린윤주의 강점인 '백스핀이 강한 백핸드 드라이브' 공격 기술을 반복적으로 걸어 두 선수가 미리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뿐 아니라 경기 스타일까지 그대로 흉내를 낸, 가상의 린윤주가 됐던 셈이다.
반대로 수비가 좋은 상대와 만나는 선수들에겐 수비 위주로 랠리를 이어가며 맞춰줬다.
오른손잡이인 김가온은 "상대 중 오른손잡이가 많다. 그들의 다양한 서브와 기술이 눈에 익도록 도왔다. 섬세한 선수들은 디테일한 코스 요구를 하기도 한다"면서 "최대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훈련장에서 땀흘린 둘의 노력 덕분에 한국 선수단은 상대에 대한 철저한 대비로 동메달 2개 확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대회 막바지 탈락자들이 나오면 그 선수들도 훈련 파트너가 되기 때문에, 두 선수는 23일까지만 현장에 있는다. 더 함께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둘은 훈련 파트너지만, 동시에 세계선수권 출전을 꿈꾸는 '미래의 국가대표'기도 하다.
김가온은 "훈련 파트너도 선수다.경기에 나가는 선수와 똑같은 마음으로 훈련했다"면서 "현장에 와서 중국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을 곁눈질로 보기도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 2년 뒤엔 나도 선수로 세계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임유노 역시 "경기장 크기, 관중 규모, 함성 소리 등이 화면으로 볼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선배들이 이런 곳에서 중압감을 이겨내고 어떻게 메달을 따왔는지 신기하고 존경스럽다"면서 "이번 훈련 파트너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도 더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