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6월 A매치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5.5.2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처음으로 '48개국 본선(기존 32개국)'으로 진행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내년 6월11일 시작해 7월19일까지 펼쳐진다. 어느덧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오는 6월6일 이라크 원정, 6월10일 쿠웨이트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아시아지역 3차예선을 마무리한다.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하면 북중미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 아주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 유력하다.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 등 축구 강호들이 많은 대륙에 비해 아시아 예선이 수월한 영향이 있으나 그래도 11회 연속은 대단한 업적이다. 하지만 단골손님 치고는 여전히 '본선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젠 '본선 진출'이 목표가 아니라 '본선에서 어떻게'를 생각해야하는 한국대표팀이고 남은 1년은 조금이라도 '팀의 힘'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한다. '특정인'에게 기대서는 효과를 보기 힘든 종목이 축구다. 그 사실을 잘 아는 홍명보 감독이 본선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6월 소집 명단을 발표하던 홍명보 감독의 26일 기자회견 중 주목할 부분은 2가지다. 우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돌아가야한다"는 발언이다.


홍 감독은 "유럽리그가 끝난 때라 선수 구성에 어려움이 있다. 일부 선수들은 5월3일 이후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면서 "지금 우리팀에 무엇이 필요한가 고민했는데, 준비된 선수에게 기회가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선발의 최우선 조건은 현재 경기력"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배준호(스토크시티), 엄지성(스완지시티), 양민혁(QPR) 등 꾸준히 호출하던 젊은 유럽파를 배제했고 컨디션이 온전치 않은 수비 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과감하게 제외했다. 대신 K리그 득점 선두 전진우를 비롯해 박진섭, 김진규(이상 전북), 김동헌, 박승욱(이상 김천), 김주성(서울) 등 소속팀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을 선발됐다.

실제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으나 의미 있는 결정이다. 뛰는 무대나 선수 이름값 보다는 '실력'이 대표팀 선발의 기준임을 보여줬다. 모든 감독들이 목소리 높이는 '기회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발언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또 주목할 것은 '원팀'에 대한 주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 선수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원팀을 향한 모두의 노력을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김진환 기자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분위기와 관련한 질문에 "예전처럼 애국심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표 선수라면 마음가짐이 달라야한다. 사명감을 가져야한다"면서 "선수들과 대화를 해보면 대표팀이 간절한 선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다"고 했다. 축구계 뿐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태극마크를 대하는 달라진 시선'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어 그는 "아주 좋은 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이 늘어났지만 그런 개개인의 재능과 강한 대표팀은 별개다. 각각의 재능이 팀에 잘 녹아들어야하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몫"이라면서 "우리는 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다. 개인의 재능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 시 된다면 과연 팀에 도움이 될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고 강단 있게 말했다.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간 홍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1년을 지내면서 많이 느낀 점"이라면서 이례적으로 "이런 질문 해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의미다.

홍 감독 말처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듯 현재 한국 축구는 화려한 재능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는 한명씩 나가 겨루는 종목이 아니다.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 레벨에는 우리 대표팀보다 더 뛰어난 재능들로 구성된 팀들이 차고 넘친다.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이 대회를 1년 앞둔 시점 아주 굵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표선수로서의 마음가짐과 '원팀'을 향한 모두의 노력. 월드컵이라는 큰 바다로 나아가려는 선장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는 포인트를 선수들이 잘 파악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