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벤처시장에선 딥테크(Deep Tech)가 화두 중 하나다. 딥테크란 첨단 과학을 바탕으로 한 AI, 바이오테크, 양자컴퓨팅, 로보틱스, 우주기술 등 기존 기술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복잡한 기술이다. 따라서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기대 투자수익이 크지만, 위험도 크다는 게 시장 평가다. 그만큼 시장 실패 가능성도 꽤 있어서, 민간 외에 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

시장현황은 어떤가. 2025년 초 기준 글로벌 딥테크시장의 시장 규모는 7527억달러(1069조원), 연평균 성장률(2020~2024년)은 25~30%의 빠른 성장세다. 특히 2024년 이후로는 AI 외에 다른 분야의 투자도 빠르게 늘어나 관심 대상이다. 2024년 기준 바이오헬스케어 투자는 딥테크 총투자액의 33%로 26.7%인 AI를 앞질렀고, 양자컴퓨팅과 우주기술의 투자 증가율은 각기 125%와 95%로 AI의 46.2%를 훨씬 웃돌았다.


왜 이렇게 딥테크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나. 전문가들은 첫째, 딥테크가 미래 성장 동력이어서, 국가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국가 정책 우선순위가 그만큼 높단 얘기다. 미국의 경우 2022년 8월 제정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중국은 딥테크에 대한 인재, 기술, 재정 지원을 삼각축으로 하는 삼중나선계획(三螺旋计划, Triple Helix Plan), 영국의 딥테크 지원기관인 Advanced Research and Invention Agency (ARIA)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딥테크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근본적 혁신으로 산업 전반에 대한 시너지효과가 크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사업화되면 독보적인 시장 선도와 여타 산업과의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맥킨지 보고서(2024년)는 지난 18년간 미국 및 유럽 딥테크펀드의 투자수익률이 연 17%로 전통적 테크펀드보다 7~8%포인트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셋째, 기술혁신 인프라의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클라우드, 오픈소스, 빅데이터 구축 등으로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딥테크 개발·혁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예컨대 빅데이터 분석으로 순식간에 다양한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을 처리하는 구글의 'Big Query'라든지 나사(NASA)의 '클라우드 + 빅데이터 + 딥러닝 융합 플랫폼' 등이 있다.

국가적으론 글로벌 자금과 인재 유치에 유리한 미국이 단연 1위다. 지난 5년간(2020~2024년) 글로벌 딥테크 투자의 60%를 차지했다. 벤처투자액 중 딥테크 투자 비중(2024년)도 2014년의 10%에서 20%로 두 배로 껑충 뛰었다. 2위는 중국으로 12%. AI, 반도체 등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투자 금액은 아직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3~5위로 뒤를 잇고 있다.


어떤 기업들이 대표적인가. 우선 AI에선 미국의 오픈 AI와 중국의 딥시크를 꼽는다. 오픈 AI와 딥시크의 누적 투자액은 각기 500억달러(70조원)와 25억달러(3조4000억원, 추정), 기업가치는 오픈 AI가 3000억달러(426조원), 딥시크는 1500억달러(213조원)로 평가된다. 우주기술의 대표 기업은 미국의 스페이스X다. 민간 우주발사체를 상용화하고 재사용 로켓기술을 혁신해서 저비용 고성능 우주선 개발에 성공했단 평가다. 기업가치는 3500억달러(501조원)이다. 이외에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인 모더나, 영국의 AI기업인 옥스퍼드 나노포르 테크놀로지, 프랑스의 로보틱스기업인 이그조텍 등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딥테크기업이다.

또한 현재 딥테크기업 중 유니콘은 약 142개로 총 유니콘의 12%, 딥테크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은 16개로 총 데카콘의 33%다. 이는 딥테크일수록 기업가치의 상승가능성이 훨씬 큼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딥테크 투자가 늘곤 있지만, 딥테크 유니콘은 AI 스타트업 리벨리온 정도다. 보다 적극적인 민관학(民官學) 협력과 투자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