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울산의 현대가 더비가 31일 전주성에서 열린다. 모처럼 판이 잘 깔린 대결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최근 8시즌 동안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딱 2개 클럽뿐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북현대가 전례 없던 5연패를 달성했고 그 배턴을 이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울산HD가 3연패에 성공했다.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3연패는 전북과 울산 외 성남(1993~1995, 2001~2003)만 달성한 대업이다.

이 기간 두 팀은 시즌 내내 정상을 놓고 다퉜다. 38라운드를 다 치르고도 승점이 같아(79점) 다득점으로 희비가 엇갈렸던 2019년을 비롯해 2020년, 2021년, 2022년 모두 승점 3점 이내에서 챔피언이 결정됐을 정도로 치열했다.


그래서 두 팀 맞대결은 소위 '승점 6점 경기'로 불리며 늘 뜨거웠다. 하지만 최근 두 시즌은 약간 맥이 빠졌다. 전북이 2023년과 2024년 부진했던 탓에 긴장감이 조금은 덜했는데, 오랜만에 판이 제대로 깔렸다.

전북과 울산은 31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17라운드'에서 격돌한다. 시즌 두 번째 만남으로, 3월1일 울산 홈에서 펼쳐진 첫 대결에서는 울산이 1-0으로 승리했다.

올해 경기를 포함, 최근 10번의 '현대가 더비'에서는 울산이 6승2무2패로 앞서 있다. 울산HD의 전임 홍명보 감독이 "이제 전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던 말처럼 무게추가 울산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만남의 분위기는 다르다. 예전 팽팽함이 느껴진다.



최근 12경기 무패. 예전의 위용을 되찾은 전북현대(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근 전북은 그야말로 대나무가 쪼개지는 기세다. 정규리그 12경기에서 8승4무, 코리아컵까지 포함하면 14경기에서 패배가 없다. EPL 출신 포옛 감독의 색깔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전북은 9승5무2패로 선두에 올라 있다. 최다득점(24골)에 최소실점(11실점)까지, 예전의 강했던 전북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세대교체'와 '체질개선'을 도모한 시즌 초반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으나 시행착오 기간을 정리하고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최근 6경기 무패(3승3무)를 달리는 울산은 8승5무5패 승점 29점으로 전북(32점), 대전(31점)에 이어 3위다.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전북의 선봉장은 역시 복덩이 전진우다.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전진우는 11골로 득점 선두에 올라 있으며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승선하는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 최고조를 달리고 있다. 전진우와 함께 대표팀에 발탁된 김진규-박진섭이 지키는 중원도 단단하다. 전북은 최근 4경기에서 실점하지 않고 있다.

울산은 최근 4경기 4골을 기록 중인 에릭의 활약이 돋보인다. 에릭은 빠른 침투와 민첩한 움직임으로 경기 내내 상대 수비를 흔들며 울산 공격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김천과의 경기에서 근 1년 만에 골맛을 보며 3-2 역전승을 견인한 엄원상의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도 반가운 대목이다.


디펜딩 챔프 울산도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두 팀 모두 놓칠 수 없는 한판이고 오랜만에 볼 맛 나는 '현대가 더비'에 팬들도 일찌감치 반응하고 있다. 홈팀 전북현대에 따르면 해당 경기는 이미 29일 판매가능 좌석인 3만2560석(시즌 티켓 포함)이 모두 팔렸다.

지난 2시즌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긴 전북은 만원 관중이 예고된 전주성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전북 원정을 끝으로 잠시 K리그 일정을 접고 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하는 울산도 산뜻한 기운으로 출국해야한다. 모처럼, 제대로 판이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