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지난 25일 막을 올려 31일까지 초연하는 '더 라이징 월드: 물의 정령'(이하 '물의 정령')은 예술의전당이 야심 차게 제작한 창작 오페라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영어로 만들어졌고, 호주 출신의 작곡가와 극작가가 각각 음악과 대본을 맡았다. 그럼에도 예술의전당은 이 작품이 '케이(K)-오페라'임을 강조했다. 물귀신과 물시계 같은 한국적 소재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국악기도 편성에 포함했으며, 한국어 역시 일부 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물의 정령'은 '수작'(秀作)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K-오페라'로 보기에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국악기는 거문고만 잠시 등장해 아쉬웠다"(이용숙 평론가), "거문고의 등장이 느닷없었고, 물귀신·물시계는 한국적 정체성과의 연결이 부족했다(황장원 평론가)"와 같은 평이 그 예다.
'K' 색채 부족보다 더 아쉬운 것은, 한국적 요소가 작품 속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인상을 준다는 데 있다. 2막에서 반복된 한국어 내레이션은 그런 인상을 한층 강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였다. 한국적 요소의 외형적 배치만으로는, 그 작품이 K-오페라로서 충분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결국 '물의 정령'은 'K-오페라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게 한다. 분명한 것은, 단순히 한국적 소재를 활용하고 한국어와 국악기를 삽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적 요소가 도드라져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K-오페라의 기본 조건이 아닐까.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앞으로 오페라 제작자들이 'K'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에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